[땅집고] 압구정 재건축 단지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3구역’ 설계 공모에서 희림건축의 작품이 당선됐다. 주민들이 서울시가 사기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희림건축을 선택함에 따라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될 전망이다.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광림교회에서 진행한 ‘압구정3구역 2023년 정기총회’에서 설계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희림건축이 당선됐다. 조합원 4065명 중 과반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설계 공모에 당선될 수 있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원 2576명 중 1507명이 희림건축에 1069명이 해안건축에 투표했다. 조합은 정기총회 당일 참석할 수 없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압구정3구역 조합사무실에서 사전 투표를 받았다.

희림건축이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결정적 이유는 경쟁사인 해안건축에 비해 높은 용적률 적용, 임대가구와 일반 분양분 분리 배치, 공공보행로 우회 등 조합원들의 입맛에 맞춰 설계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압구정3구역 조합원 A씨는 “현재 압구정 소유주 중 실거주하는 주민들이 별로 없는데다 내부를 고급화해 리모델링해 놓은만큼 재건축 속도보다도 이익을 더 중시하는 조합원들이 다수”라며 “특히 추가분담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조합원들은 조합원들의 이익이 좀 더 큰 방향으로 설계한 희림의 건축설계안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고 했다. 이날 희림건축은 총회에서 조합원 상대 설계안 발표를 진행하면서 용적률을 기존에 내세운 360%에서 300%로 하향 조정한 안을 제시했다. 한 전문가는 “상당수 주민들이 용적률 360%안을 믿고 사전투표를 한 만큼, 당일 날 용적률 변경은 사실상 조합원을 우롱한 것”이라며 “이번 설계업체 선정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희림건축의 설계안이 당선되면서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이 인허가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희림건축은 혁신설계를 적용해 서울시 기준보다 용적률 기준이 60%포인트 높은 360%로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설계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혁신설계안이 적용 가능한 지역은 ‘지구단위구역 외’의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만 해당한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팀 관계자는 “압구정지구 재건축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300%로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며 “신속통합기획안과 전혀 다른 계획안을 갖고 오면 계획안을 수정하거나 일반 재건축 절차로 진행해야 하고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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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4일 서울시는 압구정 3구역의 재건축 설계 공모절차를 중단하는 시정명령을 관할 구청에 내렸고 설계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압구정3구역 조합원 B씨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2009년 서울시의 기부채납 요구를 거절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됐다”며 “10년 전처럼 사업이 늦춰질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압구정3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69-1 일대 총 4065가구 규모로 입주했다. 1979~1987년 입주했으며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구역 총 6곳 중 규모가 가장 커 핵심으로 꼽힌다.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사이에 있으며, 부지 남쪽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을 끼고 있다. 설계비만도 300억원에 달한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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