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관리사무소에 관리규약 동의서 파기하러 왔습니다! 동의하라고 할 때 아무 설명이 없어서 통상적인 절차인 줄 알았는데, 단지를 2개로 나누는 것이라니 동의할 수 없어요.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106동 입주자)
“저희는 1100가구 대단지 아파트라서 이 집을 분양받았는데, 입주 직전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서야 1단지와 2단지로 나누겠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처음부터 확실하게 고지해 줬어야 합니다.” (같은 아파트 107동 입주자)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노원구 상계동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1163가구·임대198가구 포함)가 곰팡이 논란에 이어 둘로 쪼개질 상황에 처했다.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임대가구가 밀집해 있고 일반분양자가 많은 105~109동을 2블록으로, 조합원이 대다수인 단지를 1블록으로 분리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 키받을 때 그 동의서가 ‘관리소 쪼개기’ 용이었다
11일 오전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관리사무실로 들어온 한 남성은 “동의서를 파기하러 왔다”고 했다. 이 동의서는 1100여 가구 규모 아파트를 관리사무소를 2개로 나누고, 각각 소장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는 이러한 규약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명 ‘단지 쪼개기’ 논란은 최근 입주자들이 열쇠를 받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일부 입주자들은 열쇠를 받기 위해 관리사무실에 갔다가 관리규약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말을 듣고, 서명했는데 알고 보니 단지를 쪼개기 위한 절차였다는 것. 결국 이 아파트 입주자예정협의회는 입주자들에게 ‘키불출시 관리규약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안내를 하고 있다.
■ 1100가구 대단지라서 청약했는데, 500가구 될 처지
입예협 측은 단지가 둘로 나눠지면 여러 단점이 생긴다며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공사에 하자 보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이 아파트는 일부 가구가 빗물에 침수돼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핀 상태로, 즉시 하자보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입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곰팡이 심각해 시공사로부터 재시공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데, 단지가 둘로 나눠지면 힘이 분산돼 시공사에 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입예협 측은 조합원이 대다수인 단지엔 임대가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분양자에게 임대가구를 떠넘기는 상황이라는 것.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임대가구는 일반분양자가 많은 105~109동에 몰려 있다. 단지를 나누면 2블럭의 임대가구 비중만 20%까지 올라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가구 수가 줄어 관리비 부담금이 배로 늘고, 대단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어 재산권 침해도 발생한다는 게 입예협의 주장이다.
■ 결국 국회의원이 상황 정리…”1개 단지로 가 달라”
갈등이 심화되면서 주무관서인 노원구청과 이곳을 지역구 의원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서 사태 진정에 나섰다. 최근 김 의원과 노원구 재건축사업과 관계자, 공동주택지원과 관계자, 입예협 측이 모여 4자회담을 진행한 결과, 우선 2개가 관리사무소를 각자 운영하되, 추후 통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주택법(2조)상 1개의 사업지라도 20m 이상인 도로가 있을 때는 각각 개별단지로 봐야한다는 규정이 있다.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1, 2블럭 사이에는 왕복 4차선 도로가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바로 이 단지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013년 당시엔 임대가구 비중에 대한 규정만 있었을 뿐, 지금처럼 일반 분양자와 섞어서 배치해야 하는 ‘소셜믹스’ 등 임대가구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03년 공공임대주택 1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혼합단지 확대’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조합들은 그간 ‘도정법’에 따른 ‘15% 임대주택 의무비율만 지키면 된다’는 조항을 내세워, 임대 동을 분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치아너힐즈’,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에코자이’ 등은 임대동과 일반동을 따로 짓고 다른 색으로 도색해 구분했다.
노원구청 재건축사업과 관계자는 “이 단지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013년 기준에 비춰보면 임대가구 배치나 단지 분리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장 사이에 큰 도로가 있는 점도 단지 분리 요인 중 하나다. 도로가 있으면 2개 블럭이 같은 사업장이라도 지하를 관통할 수 없다. 지하 공간을 따로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단지 안에 도로가 있는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미드카운티(1009가구)’는 일부 동의 경우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려면 지상 도로를 건너야 한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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