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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뺨치는 학군이 살렸다…대구에서 '미분양 무덤' 유일하게 탈출한 곳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7.12 08:29 수정 2023.07.13 09:57

[땅집고] “요기는 학군 좋기로 유명한 동네 아입니까. 미분양 물량이 제일 먼저 빠진 데는 이유가 다~ 있어예. 같은 대구라도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더~” (대구 수성구 범어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미분양 무덤이라는 대구에서 수성구만 미분양이 줄었다면 8할은 학군 보고 들어오는 겁니다. 예전보다 재수생이 늘면서 학군지의 영향은 점점 더 커지는 추세에요.”('대한민국 명문학군 입지지도' 저자 신진상)

[땅집고] 더플래티넘범어 아파트 . /호갱노노


대구 수성구가 드디어 ‘미분양의 늪’에서 탈출했다. 수성구 내 미분양 가구수는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1000가구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구 남구와 중구 미분양 가구수는 각 10건 정도만 줄었다. 수성구는 최근 9개월 만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해제됐다.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제외되면 사업자가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용지를 매입할 때 분양보증 예비심사나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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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수성구 미분양 물건이 다른 구보다 먼저 급감한 이유로 ‘학군’을 꼽았다. 수성구는 2호선 수성구청역을 중심으로 대학 입시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교와 관련 학원들이 줄줄이 있어, ‘대구의 강남’ ‘대구의 8학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학군을 쫓아온 학부모들이 많아 전월세 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땅집고] / 김서경기자


■ 올해 상반기 수성구 미분양 가구수 30% ↓

수성구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미분양 관리지역이 됐다. ‘대구의 강남’ 마저 주택 경기 침체를 비껴가지 못한 것. 지난해 6월 844가구에 불과했던 수성구 미분양 가구 수는 한달 뒤인 7월에는 148%넘게 오른 2095가구로 늘었다.

수성구 미분양 가구 수는 올 3월부터 확 줄었다. 1월 3240가구이던 수성구 미분양가구수(준공 전·후 통합)는 ▲2월 3224가구 ▲3월 2528가구 ▲4월 2436가구 ▲5월 2271가구로 집계됐다. 불과 4달 만에 30% 이상 감소한 것. 반면 대구 남구(3083건→3076건), 중구(1094건→1085건) 미분양 가구수는 큰 차이가 없다.

[땅집고] 교육시설 밀집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임금진 기자


■ 수성구만 줄었다면 ‘학군 때문!’

업계에선 학군 때문에 대구에서 수성구 미분양 가구 수가 가장 먼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성구는 탄탄한 학군을 보유해 대구 집값을 견인하는 핵심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학군지 인근 아파트는 전월세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대구 학군지는 지하철 2호선 만촌사거리 인근으로, 행정동은 범어동이다. 이곳에는 대륜고와 경신고, 경북고, 대구과학고 등 대학 입시 결과가 좋은 학교와 관련 학원이 밀집해 있어 1990년대 후반부터 학군지로 언급됐다. 인터넷 강의 문화가 발달하면서 영향력이 덜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때 수성구는 ‘서울 강남이 안되면 대구 수성구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제였다.

신연화·이소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택 경기에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인 ‘대구’ 주택 경기 지표가 유의미하게 상승 전환하는 시점을 반등 근거로 볼 수 있다”며 “대구 미분양은 탄탄한 학군 수요 기반을 보유한 수성구부터 소진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미분양 곡소리 나더니…”계약금 5% 물건은 이제 없어요~”

포스코건설이 2021년 6월 분양한 '수성오클레어'는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났지만, 5월에는 마이너스피 분양권 거래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5월과 6월 거래건수는 각 4건과 3건 거래됐다.

지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계약금 5%만 내면 됐던 ‘범어자이’는 갑자기 매수세가 붙으면서 계약금 비중이 10%로 조정됐다. 범어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범어자이를 산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은행이 예상한 대출금이 다 소진됐다”며 “금리가 살짝 떨어지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몰렸다”고 했다. 이 단지는 규제지역 완화 이후 첫 대구 분양 단지였지만, 1순위 당해 지역 청약 접수 결과 대부분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땅집고] GS건설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분양한 '범어자이' 예상 후 완공 모습. /GS건설


그렇다면 대구 수성구의 미분양 해소 조짐이 대구 전역으로 번질 수 있을까. 업계에선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구 미분양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수성구 상황만을 가지고 대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미분양 물량이 점진적으로 해소된다는 점에서 개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대구의 경우 미분양 가구 수가 1만3000가구에 달할 정도로 많았으므로, 해소되려면 2025년 이후는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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