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대기업 0건, 중소는 11건…유전무죄 무전유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7.12 07:57 수정 2023.07.12 08:22
[땅집고] 지난해 8월 DL이앤씨 건설노동자 2명이 사망한 경기 안양시 안양동 소재 아파트 신축 현장. /뉴시스



[땅집고] 최근 10대 건설사가 맡은 현장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만한 사망 사고가 터지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1년 6개월여 지난 지금까지 실질적인 처벌을 받은 대기업이 한 군데도 없을 뿐 아니라 검찰에 기소된 기업조차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명만 높고 정작 실효성은 없는 ‘솜방망이 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10대 건설사 중 9곳에서 사망자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처음으로 시행했다. 정부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사망자를 줄이지 못한다고 보고, 앞으로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기업들에게 엄포를 놓으며 신설한 법이다.

법에 따르면 산업 현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등 중대한 사고가 벌어지면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인 현장에 적용하는데,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인 현장이면 처벌 대상이다.

[땅집고] 2022년 10대 건설사 중대재해 발생 현황. /이지은 기자


지난해 10대 건설사가 담당한 현장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만한 사망 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중대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총 25명이다. 전년(20명) 대비 5명 증가한 수치다. 10대 건설사 중 포스코이앤씨를 제외한 9개 건설사에서 모두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태가 터지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사망자 수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DL이앤씨 5명 ▲현대건설, 대우건설 3명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2명 ▲삼성물산, GS건설 1명 순으로 집계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 호황기 때 건설사마다 아파트 등 사업을 ‘영끌’ 수주했던 탓에 현재 작업량이 많아, 그만큼 크고 작은 하자가 발생하고 있고 심각한 경우 사망 사고도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은 처벌 안 받았는데…중소·중견기업에만 철퇴

/연합뉴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10대 건설사 중 처벌을 받은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제재가 전혀 없어 의구심이 쏠리고 있는 대표적인 건설사가 시공능력평가 3위인 DL이앤씨다. 지난해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 4명에서 총 5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해에도 1명이 사망했다. 이달 5일 경기 의정부 산곡동 소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기계를 받치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작업 중이던 50대 남성을 덮친 탓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난해 사망자 수가 6명으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았지만, 사망 원인인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법 시행 전인 지난해 1월 11일 발생해 처벌을 면했다.

[땅집고] 2021~2022년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 /연합뉴스


반면 중소·중견기업이 일으킨 사고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비교적 무겁고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총 644건이며, 이 중 건설업종이 34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총 11건이 검찰 기소됐는데, 모두 중소·중견사였다.

지금까지 전국 법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1심 판결까지 선고된 사례는 총 3건이다. ▲중소건설사 온유파트너스(대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3000만원) ▲중견기업 한국제강(대표 징역 1년·벌금 1억원) ▲중소건설사 시너지건설(대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벌금 5000만원) 등이다.

건설업계에선 똑같이 사망 사고가 터져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중견사에만 철퇴를 내리고, 대형 건설사는 봐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규모가 작은 회사에 징역·벌금형 등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 심한 경우 도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특성상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대형 현장일수록 원청과 하청 간 책임 소지를 가리는 조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 대비 대형 건설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속도가 더 느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초기라 안착하는 기간도 필요해 보인다”라면서도 “내년부터 법 적용 범위가 50억원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등 강화하는 만큼, 지금까지 사망 사고가 발생한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정부가 일벌백계하는 사례가 곧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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