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소방서가 혐오시설이라며 사이렌을 끄라는 민원까지 넣다니…저 아파트에 불 나도 절대 출동하지 말아 주세요!”
최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광교센트럴뷰’ 아파트 입주민들이 맞은편 소방서에서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하면서 내는 사이렌 소음에 항의하며 ‘사이렌을 끄고 출동해달라’고 요구해 전국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지역 주민들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활동하는 소방서를 혐오시설로 규정하고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기심에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앞서 광교신도시에선 아주대병원이 응급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운영하는 ‘닥터 헬기’ 소음이 시끄럽다며 민원이 발생한 적도 있다.
2013년 광교신도시에 입주한 ‘광교센트럴뷰’. 총 701가구 규모로, 지하철 신분당선 광교중앙역까지 걸어서 10분여 걸리는 역세권 아파트다.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아파트인 ‘수원 광교 A10블록’으로 공급했는데, 2020년 말 분양 전환하면서 단지명을 변경했다. 2017년 아파트 맞은편 부지에 경기도청·경기도의회·경기도교육청 등 공공기관으로 구성하는 ‘경기융합타운’ 사업이 착공해, 현재 핵심 기관들이 먼저 입주를 마쳤다.
그런데 올해 5월 25일 경기융합타운에 ‘이의소방센터’(이의119안전센터)가 문을 열면서 ‘광교센트럴뷰’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시작됐다. 소방공무원 30명과 소방차량 4대를 배치한 이의소방센터는 수원시 광교1·2동과 연무동 총 9만9000여명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서다. 하루 응급 출동이 10~11건 정도 되는데, 소방차량이 출동하며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생겨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광교센트럴뷰’ 입주자대표회의는 소방센터를 찾아 “출동 사이렌이 소음 공해”라며 소음 완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매일 발생하는 사이렌 소리 때문에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 소방센터를 빠져나갈 때 사이렌을 켜지 말고 출동해달라는 등 요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소방서를 혐오시설로 규정하고, 소방서 설치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는 집단 시위를 예고했다고 전해진다.
입주민들의 거센 민원에 이의소방센터 119 대원들의 사기가 크게 꺾여버린 분위기다. 소방대원들이 매일 광교신도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는데도 바로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서 소방센터를 혐오하는 목소리가 나오니 조직 분위기가 침체될 수 밖에 없는 것. 더군다나 현행 소방기본법 21조에 따르면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구조·구급 활동을 위해 출동하거나 훈련할 때는 사이렌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도 하다.
과거에도 소방서를 혐오시설로 규정한 ‘님비 현상’ 사례가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금천구 독산동 말미고개 일대다. 2017년 당시 서울 25개구 중 금천구에만 소방서가 한 곳도 없어, 서울시가 금천구 중심지인 독산동 일대에 금천소방서 건립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집값 하락과 소음 공해가 우려된다며 근조 현수막까지 내걸고 크게 반대했다.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지난해에야 금천소방서가 겨우 문을 열었을 정도로 건립 사업이 지연됐다.
한편 이번에 ‘소방서 혐오시설’ 논란이 불거진 광교신도시에선 과거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운영하는 닥터 헬기가 내는 소음이 시끄럽다는 민원이 발생한 적도 있다. 닥터헬기는 골든타임(1시간) 안에 환자를 수송하는 응급 의료 헬리콥터로, ‘하늘의 응급실’이라고 불린다. 2018년 이국종 아주대 외상외과 교수는 “닥터헬기 항공대원이 ‘병원 바로 앞 아파트에서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여준 일이 있다”며 “민원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목숨을 구해주는 소방서를 혐오시설로 규정하다니, 광교신도시의 ‘광’자가 ‘미칠 광’자였나 보다”, “앞으로 저 아파트에 불나면 절대 출동하지 말아달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교신도시에 비난이 쏟아지자 한 지역 주민은 이의소방센터에 소방대원들을 위한 컵라면 박스 20여개를 기부하면서 “어제 민원 제기 관련 뉴스를 봤는데 마음이 아팠고, 소방관들께 죄송한 마음뿐이었다”며 “일부 격한 행동과 소리에 상처받지 마시고 다수의 시민이 소방관님들을 응원하며, 도움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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