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가수 제시카(본명 정수연·34) 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운영하던 ‘블랑 앤 에클레어’(Blanc & Eclare) 매장 월세를 내지 못해 최근 건물주로부터 강제집행당했다. 그만큼 금전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추측되는데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 연일 해외 여행이나 고급 행사에 참석한 사진들을 올리고 있어 네티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블랑 앤 에클레어는 제시카가 2014년 소녀시대를 탈퇴한 뒤 차린 패션 브랜드 회사다. 소위 ‘셀럽’으로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한 제시카가 선글라스 디자인 등 각종 의류 잡화 부문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그의 남자친구이자 재미교포 사업가인 타일러 권이 대표를 맡았다. 이들은 2020년 9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건물 1~2층에 월세 세입자로 입주했다. 1층에는 블랑 앤 에클레어 매장을, 2층에는 프랑스 음식 레스토랑인 ‘클라로’를 차렸다.
해당 건물은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3번 출구에서 도보 200여m 거리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데다 최근 20~30대 젊은층이 선호하는 식당과 카페가 밀집한 압구정 로데오 상권 한복판 입지라 유동인구가 제법 있었고, 관광 겸 매장에 방문하는 외국인 팬들도 적지 않았다. 블랑 앤 에클레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원피스가 30만~35만원, 바지가 23만원 정도다. 통상 백화점 여성복 코너에 입점한 의류 브랜드들과 가격대가 비슷하다.
그런데 제시카는 2021년 8월부터 매장 월세를 연체하기 시작했다. 이에 건물주가 2021년 12월 건물 명도와 함께 임대료를 제대로 내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전은 법원이 2022년 6월 화해 권고를 내리면서 종결됐다. 앞으로 제시카가 임대료를 또 연체할 경우, 그 때는 건물주가 강제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건이 붙었다. 강제 집행이란 세입자가 부동산을 건물주에게 돌려주지 않을 때, 민사집행법에 의해 강제로 세입자를 퇴거시키는 절차를 말한다.
상황이 일단락되는듯 했지만, 2022년 말부터 제시카의 월세 미납이 재개됐다. 결국 법원은 과거 화해 권고상 조건을 들어, 올해 5월 24일 건물 내 블랑 앤 에클레어 매장에 대한 강제 집행을 실시했다. 현재 매장이 다 비워지고 내부 인테리어 등이 전부 철거된 상태다.
강제 집행 사건과 관련해 블랑 앤 에클레어 측은 “그동안 건물주가 영업 방해 횡포를 부렸다”는 입장을 내놨다. 코로나 19로 전국 오프라인 매장들이 일제히 불경기를 겪었을 때, 매출 감소로 시름하던 블랑 앤 에클레어 역시 건물주에 사정이 어렵다고 밝히며 임대료 지급을 일시적으로 늦출 수 있는지 양해를 구했으나 단박에 거절당했다는 것. 이후 건물주가 3개월치 월세를 못 내면 점포를 빼라는 내용증명 문서만 돌아왔다고 한다.
블랑 앤 에클레어 측은 건물주 때문에 2층 식당 영업에도 곤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당시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0시 이후 영업제한 지침을 내리자 건물주가 비용 절감 등 목적으로 엘리베이터 운행을 잠시 중단했다. 하지만 영업 제한이 풀린 이후에도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하고 주 출입구까지 폐쇄하는 바람에 식당을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이다.
대표인 타일러 권은 “밤 10시에 엘리베이터가 꺼져서 손님들이 많이 불편을 겪었고, 영업을 안 하는 줄 알고 (가게로) 안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월세를 3개월 이상 미납한 건 사실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임대차계약 관련 합의 과정에서 월세를 매달 지불하는 대신 건물 엘리베이터 전원을 끄지 않기로 했는데, 건물주가 먼저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건물주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블랑 앤 에클레어 매장이 청담동 건물에서 강제 집행당한 것은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인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4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적자 행진으로, 2021년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39억원에 달할 정도로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 실제로 이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고 밝힌 A씨는 직장인 커뮤니티에 “언론과 연예인 마케팅으로 그럴싸해보이지만, 투자금도 못 건질 만큼 아슬아슬한 회사”라며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 중에 제일 최악이다”라는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대표인 타일러 권은 블랑 앤 에클레어의 주식 100%에 대한 질권을 보유하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 투자회사 ‘조이킹엔터프라이즈’와 채무 불이행 소송전을 벌인 결과 최근 패소했다. 올해 6월 재판부는 타일러 권이 해당 회사에 480만달러(63억원)를 갚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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