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수시가 아파트 주차난을 해소한다며 오피스텔 주차장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생활형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바꾸기 힘들어졌어요. 만약 용도 변경을 못 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수시는 이러한 짓을 했습니다. 생숙 주거민도 여수 시민인데, 벌금 부과를 조장하는 모양새에요!” (여수 웅천지구 생활형숙박시설 입주민 김모씨)
전남 여수에서 생활형숙박시설(생숙) 대란이 벌어졌다. 웅천지구 ‘포레나 디 아일랜드’ ‘웅천 자이 더 스위트’ 주민들이 지자체의 주차 대수 기준 강화로 억울한 입장에 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조례상 주차 규정이 강화되면서, 앞으로 수백개의 주차 칸을 추가 확보해야만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생숙 입주민들은 건축물 용도변경을 위해 오피스텔 주차 규정의 재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특혜를 요구한다”는 반대론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생숙은 오는 10월14일까지 오피스텔로 건축물 용도를 바꾸거나 숙박업 등록을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가격의 10~1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10월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생숙의 주거 사용 단속을 2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 여수 생숙, 용도변경 하려면 주차대수 수백칸 확보해야 한다.
문제가 된 규정은 여수시가 지난 2021년 8월 개정한 조례다. 기존 70㎡당 1대이던 오피스텔 주차대수 기준을 57㎡당 1대로 바꾸는 게 골자다. 전용면적 149㎡(45평) 100가구 오피스텔 1채를 지으려면 원래는 주차칸 212개를 갖추면 됐지만, 앞으로는 최소 261개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생숙 ‘포레나 디 아일랜드’ ‘웅천 자이 더 스위트’는 가구 당 1.48대, 1.6대 주차 공간을 갖추고도, 수백개의 주차 칸을 더 확보해야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포레나 디 아일랜드’ 입주민 A씨는 “지금도 주차 공간이 남는데, 주차칸 수백칸을 더 확보해야만 여수시가 용도변경을 해준다고 한다”며 “생숙을 오피스텔로 바꾸면 입주민들로부터 더 많은 보유세를 받을 수 있는데 여수시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가 주차대수 기준을 강화한 이유에 오피스텔 관련 내용이 없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봤다. 시는 조례 개정 이유에 대해 “최근 5년간 관내 승용차 등록대수가 연평균 3716대씩 증가했다”며 “아파트 주차난이 인근 주택단지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파트 주차난 해소를 위해 오피스텔 주차 기준을 강화한다는 말이다.
■ 난감한 여수시…시민단체 ‘규정 완화는 특혜’ 주장
생숙 입주민들은 시에 조례를 원안대로 재개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여수시 인구 규모에 비춰 볼 때 오피스텔 주차대수를 강화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들은 현 주차대수 기준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과도하다고 봤다. 실제로 여수시 주차대수 규정(57㎡당 1대)은 서울(65㎡당 1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기 수원, 용인 등은 상위법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오피스텔 최소 주차 대수를 75㎡ 당 1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주차대수 원안 회복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칫 특혜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여수시 관계자는 “적법하게 개정된 조례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면서 “오피스텔 주차대수 기준을 원안대로 해달라는 주장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생숙 용도변경을 불허해야 한다며 주차 규정을 원래대로 바꾸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성명문을 내고 “주차난과 교통체증을 심화하고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를 가져올 '여수시 주차장 조례완화'는 해결책이 아니다”고 했다. 또한 여수 지역 커뮤니티에선 생숙에 대해 “투기꾼들의 투자 성패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용도변경해주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등의 의견이 종종 보인다.
한편, 생숙을 둘러싼 논란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는 생숙의 전ㆍ월세 광고에 대해 불법 행위라는 취지의 공문을 일선 중개사무소에 발송했다. 생숙을 주택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할 경우 과장 광고로 판단하고, 고발 조치한다는 것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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