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말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전 재산을 털어 산 집인데, 뱀들이 말 그대로 집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기어나오고..."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 교외에 있는 한 목조 주택을 구입한 40대 여성 앰버 홀(Amber Hall)씨. 간호사로 근무하며 홀로 아이 둘을 양육 중인 그는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가득 차 이사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이사 첫날부터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차고에서 이삿짐을 풀려고 하는데, 문 옆쪽 벽에 난 작은 구멍으로 뱀 두 마리가 기어나가는 모습을 목격한 것. 뱀이 사라진 후 홀씨가 벽에 손을 대보자 온기가 느껴졌다. 이곳에 다른 뱀이 더 남아있다는 얘기였다. 아연실색한 홀씨가 10일여 동안 관찰한 결과 집 안 벽, 테라스, 바닥 등 곳곳에서 뱀 30마리 정도가 추가로 나왔다.
홀씨가 뱀 전문가를 불러 조사한 결과, 집에서 발견한 뱀은 다행히 독이 없는 가터뱀(줄무늬뱀) 종류인 것으로 확인됐다. 크기로 미루어 보아 이 집에서 2년 정도 산 뱀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홀씨 가족은 당장 눈에 보이는 뱀들을 소탕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벽지와 바닥재를 뜯어 뱀을 생포한 뒤, 다른 곳에 방생하는 데만 1000달러(약 130만원)를 넘게 썼다.
문제는 앞으로도 뱀이 더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홀씨가 고용한 뱀 전문가는 "지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뱀 소굴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터뱀이 번식할 때 한 번에 80~100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집에 적어도 수백마리가 더 살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홀씨는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다. 전 재산을 탈탈 털어 이 집을 사서 달리 갈 곳도 없다”며 “화장실 변기에 앉을 때마다 모든 곳을 샅샅이 살펴봐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를 가엾게 여긴 그의 사촌은 미국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Go Fund Me)에 사연을 올리고, 홀씨가 뱀을 제거한 뒤 주택을 재건축하고, 변호사를 고용하는 비용을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달 3일 기준 총 279명이 홀씨를 위해 1만1293달러(약 1476만원)를 기부했다.
미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홀씨가 사들인 목조주택에 대한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주택 점검) 절차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호주 등 외국에선 집을 매수하기 전 전문가에게 의뢰해 하자나 해충 서식 여부 등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중개 거래 과정에서는 타일 손상이나 곰팡이 등 여부나 전기·가스시설이 잘 작동되는지 등을 확인하는 ‘시각 점검’(Visual Inspection)을 진행한다. 준공한 지 오래된 집에 대해서는 천장·마루 밑 등 공간(Crawl Space)에 뱀이나 야생동물이 거주하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이 밖에 ‘건물 구조 점검’(Structure·Building Inspection)으로 지진 취약성에 대해서도 본다. 특히 미국 목조주택의 경우 한국의 철근콘크리트 집에 비해 해충 피해가 심해 날카로운 이와 강한 턱으로 나무를 먹어 치우는 '흰개미' 서식 여부에 대한 점검을 꼭 거치곤 한다.
하지만 홀씨의 경우 고용한 전문가가 주택 현장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거나, 당초 매도자와 홀씨가 합의 하에 주택 매매계약 조건에 홈 인스펙션을 거쳐야 한다는 항목을 아예 삭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혹은 홀씨가 비용 등 문제로 사전 점검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부동산 전문가인 어태수 네오집스 대표는 "집주인이 주택을 매도할 당시 집에서 뱀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다만 사전 점검 절차는 매수자가 직접 점검인을 고용해서 진행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해당 집 주소로 뱀 퇴치 전문가(Snake Removal Expert)를 신청한 적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만약 집주인이 뱀과 관련한 하자 사실을 전혀 숨긴 적이 없다면, 안타깝지만 매수자인 홀씨가 처리해야 하는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홀씨의 사촌은 "이사 후 집에 이렇게 많은 뱀이 살고 있다고 밝혔는데도, 매도인 등 거래 관련자들이 모른 채하고 있다”면서 “아마 집을 팔기 전 이런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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