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내 대형 건설업계 최장수 CEO(최고경영자)인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이 재임 1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5월 GS건설이 공사를 맡았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책임을 지고 총 1666가구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면 재시공에 드는 비용은 지난해 GS건설 영업이익(5548억원)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부괴 사고 여파로 GS건설 주가는 장중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6일 오전 10시 5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GS건설은 전 거래일보다 16.08% 내린 1만51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최고점 3만3500원에 비해 54.9% 하락했다. 증권사들도 GS건설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했다.
임 부회장은 지난해 받은 보수가 32억7800만원으로 국내 건설사 CEO 중 가장 많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영 실적과 브랜드 평판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여기에 최근 국토교통부와 국세청까지 칼날을 겨누기 시작해 사면초가로 내몰리는 형국이어서 임 부회장의 교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 대표는 과거 GS건설이 아랍에미레이트 등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큰 손실을 내 위기를 겪던 2013년 CEO로 등장해, 아파트 브랜드 자이(Xi)를 내세우며 주택 사업에 집중해 실적을 개선한 구원투수로 꼽힌다. 취임 1년만인 2014년 영업이익 511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흑자를 내면서 허창수 GS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대표이사를 장기집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건 사고가 잇따라 터지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해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 해안도로 확충 공사 현장에서 70대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회사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됐다. 올해 1월에는 GS건설이 시공·하자보수를 담당한 수서고속철도(SRT) 노선 중 전차선 단전 사고가 발생해 130억원 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사고가 터졌다. 입주자 안전과 직결되는 검단신도시 아파트에서 어린이 놀이터 바로 밑 지하주차장이 무너져내린 것. 정부는 GS건설이 맡은 전국 현장 총 83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지난 5일 정부 합동 조사 결과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GS건설은 해당 아파트 총 1666가구를 전면 재시공하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중구 만리동에 시공한 ‘서울역 센트럴 자이’ 단지 하부 필로티 외벽이 떨어지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에서는 침수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6월 초에는 서울지방국세청이 GS건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까지 진행했다. 최근 임 부회장에 대한 사내 분위기도 흉흉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안팎에서는 당초 임 부회장이 올 10월 국정감사 이후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임 부회장이 GS건설 총수 일가를 대신해 국정감사에서 소위 ‘총알받이’ 역할을 하고 사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검단아파트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임 부회장이 좀 더 빨리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GS건설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위기를 수습하고 경영 혁신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올해 건설 경기가 악화한 데다 시공 관련 중대 사고까지 겹치면서 실적과 브랜드 평판 등 여러 부문에서 동시에 큰 타격을 받아 더 이상 임 부회장의 리더십에 의존하기 힘든 상황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주택시장과 부동산 금융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건축 부문 의존도가 높은 GS건설 주가가 특히 부진하다”며 “인천 검단 사고 이후 이뤄진 회사 자체의 대대적인 현장 안전 점검 등으로 인해 주택·건축부문 원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탄탄했던 브랜드 신뢰도에도 균열이 생겼다. GS건설은 최근 3년간 10대 건설사 중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하자 분쟁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기업이다. ▲2020년 136건 ▲2021년 385건 ▲2022년 52건 등 총 573건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자이’(하자와 자이를 합성한 단어), ‘순살자이’(철근을 누락해 뼈대가 없는 자이 아파트라는 뜻) 등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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