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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성과급은 글렀네"…3년 연속 D등급 LH 분위기 '역대 최악'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7.06 07:51 수정 2023.07.06 14:48

[땅집고] 2021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본사 정문을 지나는 LH 직원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뉴스1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시행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으로 통하는 D등급(미흡)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본격 침체하자 택지지구 부지 판매 등 매출 실적이 부진해, 재무 관련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영향이다.

LH는 2021년 임직원 땅 투기 논란이 터지면서 직전 2년간 연달아 D등급을 받았다. 이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올해 또다시 최하위권 성적표가 떨어지면서 사내 분위기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악화한 분위기다.

■3년 연속 D등급 맞은 LH…올해도 성과급 못 받아

당초 LH 내부에선 올해만큼은 경영평가 등급이 다소 상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지난해 말 경기도시공사(GH) 사장을 지내면서 각종 성과를 낸 이 사장이 취임한 뒤 7개월여 동안 기업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H가 올해로 3년째 연속으로 D등급 오명을 쓰면서 전체 임직원 사기가 수직 하락하고 있다.

매년 정부의 경영평가 결과에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희비가 갈리는 이유가 있다. 최고 S등급(탁월)에서 A(우수)~E(아주 미흡)까지 총 6단계로 분류하는데, 등급에 따라 경상경비 삭감 조치가 내려지거나 임직원 성과금 지급 여부까지 달려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특히 D등급 이하 기관은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

[땅집고] 공기업 경영평가에 따른 임직원 성과급 지급 정도. /연합뉴스


LH는 앞서 2017~2019년,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이에 임직원들은 매년 1인당 평균 700만~1000만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하지만 땅 투기 사태가 터진 뒤 평가등급이 D로 추락하면서 지난 2년간 성과급이 '제로'(0)였다. 이번 평가에 따라 올해에도 성과급 미지급이 잠정 확정돼, 임직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D등급 이하인 곳이라면 최악의 경우 기관장에게 해임 건의가 확정된다. LH가 올해 3년째 연달아 D등급을 받긴 했지만, 이 사장의 경우 해임 건의 처분은 면했다. 취임한 지 이달로 7개월여에 불과해 재직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LH 내부 분위기 '역대 최악'…이한준 사장 내년이 분수령?

현재 LH 직원들은 분위기가 역대 최악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용 안정성과 수백만원 성과급이 뒷받침되면서 공기업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꼽혔지만, '3연속 D등급' 족쇄가 개인 월급까지 깎아내리자 불만을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퇴사까지 결정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

실제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연도별 LH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LH를 떠난 직원 수는 2016년 22명에서 지난 2021년 198명으로 5년 만에 9배 증가했다. 특히 실무직 퇴사자의 82.4%가 20~30대인 점이 눈에 띈다. 젊은층 사이에선 더 이상 LH가 '일 하고 싶은 공기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땅집고] 지난해 말 취임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H 기관장인 이 사장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무거워졌다. 통상 공공기관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는 경우 기관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기 마련이기도 하다. 다만 올해 받은 D등급 평가에 대해서는 '이 사장도 손 쓸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전 2년간은 임직원 땅 투기 논란이 터지면서 윤리경영 항목에서 점수를 잃었지만, 올해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낮은 재무 실적이 평가등급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가 결정타…평가 배점도 발목

공공기관 경영정보 통합공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LH 매출은 1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조원 정도 줄어든 금액이다. 부동산 상승장인 2019년 연 매출이 20조원을 돌파한 뒤 2021년에는 27조원을 찍기도 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매출액이 확 쪼그라든 것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진하다. 지난해 순이익이 1조4700억원으로 전년도의 절반을 밑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9.3%다. 이처럼 LH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2015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부채 비율 역시 218%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 평가는 총 100점 만점으로, 전년 대비 '재무성과' 배점(10점→20점)은 두 배로 확대됐으며 '사회적 책임' 배점은 25점에서 15점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LH 경영 동향은 이 같은 배점 변화와 정반대였다. 부동산 불경기 탓에 토지 매각 등 실적이 하락하면서 재무성과 부문 실점은 두 배로 증가한 반면, 조직 쇄신에 힘쓰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 데 대한 점수는 덜 받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인 셈이다.

앞으로 LH는 보유 부지나 건물 등 자산을 매각해 부채 비율을 낮추고, 재무 건전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현재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영평가 성적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도 "오는 8~9월 기재부로부터 경영실적보고서 형태의 세부 평가 결과를 전달받는 대로 내부 분석에 착수하고, 건전한 조직 경영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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