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해 초까지 주춤하던 경기 하남 일대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맞붙어 있는 미사신도시가 그 중심에 있다. 일부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가 다시 10억원 선을 회복했고,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단지도 나오고 있다. 감일지구 신축 단지는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위례신도시 감일권역에서는 15억원을 바라보는 단지도 나왔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선 급매물 소진에 따른 호가 상승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하남에 인접한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주요 단지가 반등하면서 하남까지 상승 분위기가 옮겨붙었다는 분석이다. 미사신도시는 강동구, 위례와 감일지구는 송파구와 생활권을 공유하지만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 미사 파라곤 최고가 경신…푸르지오는 10억 클럽 회복
미사신도시에선 지하철역이나 공원 등 인프라를 갖춘 단지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미사신도시 대장단지로 꼽히는 ‘미사역파라곤’(2021년 준공) 117㎡(5층)는 지난달 초 15억9000만원에 팔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직전 최고가는 입주 시점인 2021년 7월에 기록한 12억1360만원이다.
이 아파트는 미사신도시 내 가장 마지막 입주 단지인 데다가, 유일하게 지하 주차장과 5호선 미사역이 이어져 있다. 일각에선 실거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이상 거래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 달 후 거래된 같은 주택형 8층 매물이 10억2000만원에 팔렸기 때문이다. 무려 5억7000만원 차이다. 그러나 김금미 비전부동산 대표는 “매수자가 고층에서 보는 확 트인 조망권을 선호하기보다 안정적인 저층뷰를 선호해서 이뤄진 실제 계약”이라고 했다.
거실에서 미사호수공원뷰를 감상할 수 있는 ‘미사강변푸르지오’도 다시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3월 8억5000만원(12층)까지 하락했던 ‘미사강변푸르지오’ 84㎡는 지난달 11억2500만원(6층), 11억3950만원(8층)에 각각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인 13억5500만원(2021년 10월)에 비하면 낮은 가격이나, 석달새 2억8000만원 오른 것이다.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6㎡은 올해 2월 최고가(15억1000만원) 대비 34% 낮은 9억8500만원(2층)에 팔렸지만, 지난달에는 12억8000만원(21층)에 손바뀜했다. 넉달만에 가격이 약 3억 뛰었다.
집값 반등세는 하남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감일지구는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10억원을 돌파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감일에코앤e편한세상’(2021년 준공)은 올해 초 전매제한이 풀렸는데 84㎡가 올 3월 9억6500만원에 팔렸다. 이달 초에는 10억6000(9층)만원에 손바뀜했다.
위례신도시 하남권역에 위치한 ‘신안인스빌아스트로’ 96㎡는 올 초 12억8000만원에 팔렸으나, 4월엔 1억5000만원 비싼 1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힐스테이트센트럴위례’(2021년 준공) 102㎡는 올해 5월 12억7500만원에 팔렸다.
■ 작년 하반기 대비 거래량 5배 급증…5월 첫째주 이후 집값 상승세
하남 일대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급매물이 소진되고 가격이 더 비싼 매물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실거래가 반등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금미 비전부동산 대표는 “올해 상반기 고금리로 인해 집값이 하락하자 하남 일대 저가 매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세가 올랐다”며 “올해 봄까지는 거래가 제법 이뤄졌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하남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월26일 기준) 하남에서는 총 1244건이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 거래량(263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2~5월에는 1월 아파트 거래량(264건)보다 매달 2배 이상 많은 거래가 발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하남 전 지역에서 골고루 나타났다.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가격 변동률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하남 지역 매매가격 변동률은 5월 1주차부터 6월3주차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첫주 0.04%로 상승 전환한 이후 줄곧 올라 6월3주차에는 0.31% 올랐다.
■강동구가 뛰면, 미사 집값도 오른다?
일각에선 반등 원인으로 인접지역인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꼽기도 했다. 미사신도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덕동 신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미사에 집을 사려던 수요자가 고덕동으로 가고, 고덕동 신축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미사로 옮겨 온다”며 “미사신도시 집값은 매번 고덕ㆍ상일동 가격을 따라간다”고 말했다.
망월동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도 “강남권역에서 집을 팔고, 여유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사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강동ㆍ송파구 집값이 미사신도시만큼 저렴했다면 미사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하남 집값이 당분간 강보합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현재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벌어지지만, 조만간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매도자들은 버틸 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역시 “하남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강보합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지하철 9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있어 집주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던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남=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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