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일 싼 게 2만4000원? 한화 3세 야심작 '파이브가이즈', 비싸도 너무 비싸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6.30 08:33 수정 2023.07.13 09:47
[땅집고] 지난 26일 개점한 서울 서초구 파이브가이즈 매장 앞에서 햄버거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 /뉴시스


[땅집고] ‘한화 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야심차게 서울 강남에 내놓은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1호점이 연일 화제다. 오픈 첫날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개점 전부터 긴 줄이 들어선 이른바 오픈런부터 웃돈을 붙여 햄버거나 한정판 굿즈를 판다는 ‘리셀러’(물건 구입 후 되파는 사람)까지 등장하면서다.

하지만 치즈버거 단품 가격만 경쟁 제품에 비해 2~3배 비싼 1만5000만원에 육박하고 버거세트는 최저 2만4000원에 달하는 럭셔리 버거가 얼마나 롱런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통상 2~3개월 지나면 호기심이 사그러들고 진짜 생존력은 1년 이후에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우리나라 버거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프리미엄 버거’로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본다.

■개점 첫날 흥행 돌풍

파이브가이즈는 쉐이크쉑ㆍ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린다. 1986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시작했다. 매일 신선한 재료로 패티를 직접 만들기 위해 패티와 감자를 땅콩기름에 튀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이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피땅콩을 제공한다. 현재 전 세계 23개국에서 1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ㆍ싱가포르ㆍ중국ㆍ말레이시아에 이어 한국이 5번째다.

[땅집고]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신사업전략실장(오른쪽)과 윌리엄 피처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에서 국내 사업 추진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악수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가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 1호점은 서울 강남구 신분당선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에 있다. 매장은 전용면적 618㎡(약 187평)로 2개 층에 150여 개 좌석을 갖췄다. 강남대로에는 일반 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 버거킹 등을 비롯해 쉐이크쉑 1호점, 슈퍼두퍼 1호점, 파파이스 재오픈 1호점 등이 들어서 있다.

오픈 첫날은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오전에만 700여 명이 몰렸다. 1만원대 햄버거 2개를 10만원에 되팔거나 한정판 굿즈를 200만원에 되팔겠다는 리셀러도 나왔다.

■단품 가격이 1만4900원…국내 최고가 수준

업계에서는 파이브가이즈의 흥행 돌풍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음식의 퀄리티를 얼마나 본토만큼 잘 구현해 내고, 화제성을 유지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 첫날부터 버거치고는 너무 비싸다는 가격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파이브가이즈는 국내 판매가격을 미국과 홍콩보다 각각 13%, 17% 낮게 측정했다고 하지만 별 차이가 없다. 대표 메뉴인 치즈버거 단품 가격이 1만4900원이다. 지난 28일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가 한화로 1만6783원, 홍콩은 100홍콩달러(1만 6700원)로, 한국이 약간 싸다. 에프지코리아는 “미국 본사 소재지인 버지니아주 직영점을 기준으로 밝힌 가격과 비교한 수치였고, 가맹점이 다수인 미국의 경우 1500여 개 매장 가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부 주와 비교하면 한국보다 저렴한 곳도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국내 프리미엄 햄버거와 비교해도 비싸다. 최고 14만원짜리 고든램지 버거를 빼면 단품 기준 가장 비싸다. 고든램지 버거(단품)는 평균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한다. 반면 치즈버거 기준으로 쉐이크쉑이 7700원, 슈퍼두퍼가 8900원, 인앤아웃이 5000원 수준이다. 버거와 감자튀김, 탄산음료를 모두 주문했을 때 파이브가이즈 최저가는 2만4000원 선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파이브가이즈가 이 가격대로 롱런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 시장에서 ‘오픈런’은 일종의 유희 문화로, 실제로 브랜드가 잘 정착하고 있는지를 보려면 모든 거품이 빠진 뒤인 1년 뒤를 봐야 한다는 것.

더구나 한국은 소비자 반응이 빨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테스트 베드’인데 그만큼 장기 생존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오픈 초기 화제를 모았던 쉐이크쉑과 블루보은 1년 지나면서 관심이 뚝 떨어졌다. 한국에서 완전히 사업을 접은 버거 브랜드도 있다. ‘오바마 버거’라는 별명이 붙은 미국 고급 수제버거 ‘굿스터프이터리’와 미국 버거 프랜차이즈 ‘자니로켓’은 모두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쉐이크섹도 줄은커녕 낮에 가면 텅텅 빈 매장이 많다”면서 “국내 토종 수제버거 브랜드도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유달리 맛이 좋거나 화제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굳이 2만원 넘게 주고 먹으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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