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거래가 한 건이라도 성사되면 집주인은 곧바로 호가를 10% 정도 올립니다. 그런데 매수자는 최근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을 적정 가격으로 생각하고 집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매수자도 1~2년 전처럼 집을 안 사면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실제 거래는 잘 성사가 안되네요.”(동대문구 래미안크레시티 단지 내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올해 4ㆍ5월 거래량이 월 3000건을 돌파하는 등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6월 들어 다시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집값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며 매물이 늘었지마 매수세가 다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 거래량은 집값 상승·하락 폭만큼이나 중요한 지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갑자기 위축된 주택시장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거래량이 서울 주택 기준으로 월 3000건 안팎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작년 하반기 극도로 줄었다가, 올해 2분기 회복세를 보이던 서울 주택 거래량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엔 월 평균 681건으로, 700건을 넘기지 못했지만, 올해 1월 1416건을 시작으로 ▲2월 2459건 ▲3월 2983건을 기록했다. 4월 이후에는 3000건 이상 거래됐다. 시장에선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난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6월 들어 다시 거래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 서울 아파트 거래량 늘었다고?…”봄바람 끝났다”
20일 오후 땅집고 취재진은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뉴타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올해 초 규제 완화 직후엔 평일 낮에도 매수 문의전화가 이어지던 동네다.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취재진이 들러본 10여개 부동산중개사무소 중 손님이 있는 것은 한 곳도 없었다.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풀리면서 거래가 활발했던 청량리역 초고층 단지 인근 중개사무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현장에서 만난 중개사무소 직원과 대표들은 “지난 두달 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다시 늘긴 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거래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주택 경기 위축과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내놓은 저렴한 매물이 사라지자 매수세가 뚝 끊겨 버린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6월(20일 기준)까지 신고된 거래량은 총 735건이다. 5월 거래 건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치다. 실거래 신고 기간이 거래 이후 30일 이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6월 거래 건수는 이보다 더 늘어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거래량이 2000건을 넘기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 매도자 “더 올려” VS 매수자 “더 싸게”…집값 ‘동상이몽’에 매물 쌓여
거래량이 줄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네이버 부동산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6만5339건이다. 3달 전(5만8073건)보다 12.5% 늘었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더욱 커진다. 지난 1월 초(5만513개)보다는 무려 30% 가까이 증가했다. 매물은 서울 전역에서 쌓이는 추세다. 증가폭이 23.8%로 가장 높은 종로구를 비롯해, 서울 25개구 전체에서 매물이 늘었다. 강남구(22.4%)와 강동구(20.3%), 강서구(19.5%), 중구(17.3%) 순으로 매물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높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종로구 A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적정 가격에 대한 집주인과 매수자들 간 가격 차이가 1억원 이상 벌어졌다”며 “게다가 매수자들도 이전처럼 ‘묻지마 매수’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대부분 아파트 호가는 최근 실거래가 대비 수 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올랐다. 종로구 경희궁자이3단지(589가구) 전용 84㎡는 올해 3월 17억6000만원(2층), 5월 18억4000만원(9층)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18억5000만원(1층)부터다. 중층 이상 매물은 2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자이’(713가구) 전용 84㎡ 역시 이달 초 11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입주 가능한 매물 최저 호가는 이보다 1억원 이상 비싼 13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 중단 사태를 해결하려고 내놓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가 거의 끝나가는 것이 거래량이 줄어든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거래가 늘 수 있는 정책이 나오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났으나, 현재는 정책 효과가 사실상 끝물에 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실거래가보다 호가가 높은 가격이라면 매수세가 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3개월은 휴가철 비수기 영향도 있어 거래량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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