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드디어 폭탄 세일이 시작된 것인가.”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중심으로 집값 반등 조짐도 있지만 법원 경매 시장에는 입찰을 기다리는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5개월 만에 1만건을 넘어서며 작년 같은 기간(6339건)보다 60% 가까이 폭증했다.

상대적으로 집값 반등 조짐을 보이는 서울·수도권보다 침체가 심각한 지방에 경매 매물이 넘쳐난다. 서울·수도권 경매 아파트는 전체 1만124건 중 743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93%(9381건)는 지방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경매 폭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전망한다. 경매 개시 결정 이후 1차 입찰기일까지 평균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매 개시 결정을 받은 물건이 계속 풀리면서 올 연말까지 아파트 1만~2만건 정도가 추가로 입찰에 나올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 역전세난마저 심해지면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이 더 빠르게,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에도 경매 물건 증가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올해 60% 급증…지방 물건 압도적 많아

2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국에서 올 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총 1만 12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6339건)과 비교하면 59.7%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 연간 경매 물건은 1만8065건, 1만 6500건이었다.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방이 전체의 93%(9381건)에 달했다. 서울과 수도권 매물은 743건에 그쳤다. 서울·수도권도 절대량이 급증하진 않았지만 1년 새 약 3배 증가해 점차 경매 아파트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 5월 기준 59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 145건이었다. 경기는 지난해 174건에서 올해 473건, 인천은 지난해 54건에서 올해 125건으로 각각 늘었다.

시장에 물건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투자자들은 관망세다. 실제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오히려 하락세다. 지난해 1~5월 50.2%에 달했던 낙찰률은 올해 같은 기간 34.4%로 떨어졌다. 결국 처음 경매에 나오는 신건 외에 유찰 물건이 쌓이는 것도 전체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해 누적으로 2만~3만건까지 신규 물량이 유입될 것”이라며 “다만 아직도 감정가가 높다는 심리가 지배적이어서 낙찰률은 높지 않다. 경기도에서는 최소 1~2회, 인천은 2회 정도 유찰이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방은 물량이 많기도 하지만 유찰되는 물건이 많아 적체 현상이 더욱 심각한 편”이라고 했다.

■단독주택·강남 아파트는 인기 여전해

전체 낙찰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거래하기 쉽고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나 땅이 넓은 단독주택은 여전히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입지가 좋거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는 입찰 경쟁률이 치솟고 시세보다 높게 낙찰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매 법정에 가보면 평균 10건 중 2건 정도 낙찰되는데 아파트가 대부분”이라며 “다만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아파트에는 응찰자가 줄을 서지만 그렇지 않은 매물은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인기가 높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에는 물건마다 수십명의 응찰자가 몰려든다. 지난달 경매에 나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에는 45명이 입찰했다. 결국 시세보다 2억원 높은 25억53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강남3구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는 올해 1월 4.4명에서 5월 12.7명으로 연초 대비 3배 안팎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독주택도 인기다. 올해 5월까지 수도권 기준 평균 낙찰률은 단독주택 37.2%, 아파트 30.8%, 빌라 16.7% 순이다. 이 연구원은 “개발 호재가 있는 단독주택은 물건이 귀해 경매에 나오면 수요자가 몰린다”면서 “토지 면적이 넓기 때문에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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