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글로벌 명품 핸드백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회사인 JS코퍼레이션이 국내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산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최근 7300억원에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산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회장의 KH 그룹이 보유해 부동산 업계에서는 그동안 기피 매물로 꼽혀 거래가 쉽지 않았다. JS측의 매입가격도 저렴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여서 이번 거래와 관련한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JS코퍼레이션과 블루코브자사운용이 절반씩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제이에스747’이 지난달 31일 남산 그랜드하얏트 서울을 7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중도금 2000억원을 납부해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제이에스747은 1년 이내에 잔금 1800억원만 지급하면 된다.
남산 중턱 한남동에 들어선 남산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대지 약 1만7960평에 지은 5성급 호텔이다. 세계 100대 건축 디자이너로 뽑힌 존 모포드가 디자인하고, 객실 615개와 레스토랑ㆍ연회장ㆍ스케이트장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지난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묵었다.
■“용도변경 못하는데 7300억?”…KH는 3000억 차익
이번 거래를 두고 매도자인 KH그룹은 속칭 대박을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KH그룹은 2019년 호텔과 주차장 부지를 6000여억 원에 매입한 뒤 2021년 주차장 부지를 2000억원에, 최근엔 호텔 부지를 7300억원에 각각 팔았다. 단순 계산으로도 KH그룹은 3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반면 JS코퍼레이션의 이번 호텔 인수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당장 JS코퍼레이션은 부동산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1987년 12월 설립한 JS코퍼레이션은 버버리ㆍ마이클코어스ㆍ코치 등 명품 브랜드 핸드백과 갭(GAP)ㆍ올드네이비 등 글로벌 브랜드의 캐주얼 의류를 OEM 방식으로 생산ㆍ수출하는 회사로 코스피 상장사다.
문제는 이번에 인수한 남산 그랜드하얏트 서울이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오너 리스크로 논란을 빚는 회사 소유라는 것이다. 웬만한 투자자들이 수익성 여부를 떠나 섣불리 달려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남산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KH그룹 손으로 넘어가면서 ‘오너 리스크’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배상윤 KH 그룹 회장은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담합 의혹과 4000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아 해외 도피 중이다. 2020년엔 조직폭력배 10여 명이 호텔 로비에 난입해 직원과 투숙객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산 그랜드하얏트 서울이 과연 7300억원 가치가 있느냐는 것도 논란이다. 이 호텔 부지는 관광호텔 용도로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용도 개발해 시장 가치를 높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JS코퍼레이션 측은 관광호텔로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에 나설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루코브 관계자는 “용도를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리테일 구조를 재편하고 객실을 리모델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홍재성 회장의 유산 남기기?…업계에서는 “글쎄”
업계에서는 JS코퍼레인션의 이번 인수 배경을 두고 KH그룹과의 관련성 등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로서는 KH그룹보다 블루코브와의 관련성 때문에 매입을 결정했다는 설이 힘을 받고 있다. JS코퍼레이션은 2020년 OEM업체인 약진통상과 블루코브가 보유하고 있던 약진통상 사옥 수익증권을 인수하며 블루코브와 신뢰를 쌓았다는 것이다.
JS코퍼레이션이 명품 핸드백 OEM 회사라는 점에서 국내 최고급 호텔 인수를 통해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JS코퍼레이션은 최근 실적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사업 확장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작년 매출은 3158억원으로, 전년(2375억원)보다 33% 늘었다. 영업이익은 306억여원으로, 전년(93억원)보다 229% 뛰었다.
홍재성 JS코퍼레이션 회장이 꿈꿔온 ‘유산 남기기’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JS코퍼레이션이 부동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은 없기 때문에 홍 회장의 미래 유산 남기기가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며 “돈 많은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돈보다 상징성을 높게 쳐서 미래 유산을 남기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들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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