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계약 끝나도 "안 나갈래" 버티는 세입자, 명도소송 전 꼭 해야 할 일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6.27 07:22
[땅집고] 서울 중구 을지로 속칭 노가리골목에서 장사하던 '을지OB베어' 점주가 건물주와의 명도소송에서 패했지만 건물을 명도하지 않자, 건물주가 강제집행을 단행해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김태호 기자


[땅집고] “상가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세입자가 나가지 않고 버티네요. 건물을 돌려받기 위해 명도(明渡) 절차를 밟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막막합니다.”

세입자가 명도 의무를 지키지 않아 속앓이하는 건물주가 적지 않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건물주가 세입자 상대로 명도 소송을 제기하면 건물주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명도를 진행하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면 낭패를 볼 수 있어 소송 제기 전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계약 해지에 대한 건물주와 세입자 간 의사 전달이 명확하게 완료됐음을 증명하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증거자료는 내용증명이다. 내용증명은 등기우편으로 발송해 안전하고 다른 증거보다 상대방에 대한 의사 전달을 입증하기 쉬운 자료로 통한다. 내용증명 1부는 우체국에서도 보관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가장 확실하고 객관적인 증거다.

/조선DB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의사소통 플랫폼도 증거 자료로 쓸 수 있다. 통화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이메일 등이 있다. 다만 이런 증거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통화 녹취의 경우 특정인에게 유리한 부분만 골라서 녹음하는 것은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가급적이면 통화 내역 전체를 제출해야 한다. 문자메시지라면 상대방이 답변한 메시지도 함께 제출해야 효력을 인정한다.

양측이 임대차계약 해지를 합의하고 인지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도 필요하다. 계약 종료 조건을 명시한 임대차계약서가 가장 명확한 증거다. 다만 계약서에 명도 기간이 명시됐더라도 경우에 따라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를테면 계약 종료를 앞뒀는데 건물주와 세입자가 계약 종료나 갱신에 관한 언급을 따로 하지 않았다면, 계약을 자동 연장하는 ‘묵시적 갱신’이 된다. 이 경우 건물주가 뒤늦게 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명도소송을 내더라도 법률상 명도 근거가 없어 소송이 성립될 수 없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만약 임대차 계약 종료를 앞둔 건물주라면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이나 해지 의사를 물어보고, 이에 대한 답변을 증거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며 “세입자가 위법을 저지르는 등 빠른 명도 이행이 필요하다면 계약 해지 증거를 남겨야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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