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법으로 막은 월세 대신 관리비 3배 올려" 건물주 '꼼수'에 속수무책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6.26 08:19 수정 2023.06.26 11:22


[땅집고] A씨는 수도권에서 보증금 4000만원, 월세 132만원짜리 점포를 임차해 쓰는 자영업자다. 그는 최근 건물주로부터 “앞으로 관리비를 월 50만원 더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기존 월 22만원에서 2.3배나 올려서다.

자영업자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근 임대차계약 갱신을 앞두고 건물주가 “월세는 법적 상한인 5% 올리되, 관리비는 기존 1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자”고 요구해 온 것. B씨는 “관리비에 전기세 등은 별도인데 인상 폭이 너무 높아 당황스럽다”며 “명확한 근거 없이 올려달라고만 하니, 나도 법대로 가야 할지 고민 중”라고 했다.

최근 건물주로부터 관리비를 올려달라고 통보받은 상가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 3년여 동안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이 올해 엔데믹으로 전환해 상권이 조금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법적 상한이 정해진 임대료 인상 대신 관리비 인상 카드를 꺼내는 건물주가 늘고 있는 것이다.


상가 임대차 계약 기간은 대부분 2년으로 설정한다. 최초 계약 기간 2년이 지나면, 세입자는 건물주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게약갱신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보장하며, 갱신 때마다 임대료는 최대 5%까지만 인상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건물주가 단기간에 상가 월세를 큰 폭으로 올려 세입자를 쫓아내는 식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임대료는 5% 상한선이 있는 반면, 관리비는 인상 제한이 없다는 것. 임차인들은 건물주가 이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명목상 관리비 인상이지만, 사실상 임대료를 올리는 것과 같은 ‘꼼수’라고 주장한다.

건물주도 이유는 있다. 물가가 오른 탓이다. 건물 유지·보수에 필요한 인건비나 엘리베이터 등 내부 시설 운영을 위한 전기세, 건물 내부 냉난방 비용 등이 일제히 오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물가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관리비 인상이 과도하다고 호소한다. 인상액이 많게는 수십만원에 달한다.

회원수 135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갑작스러운 ‘관리비 폭탄’에 패닉에 빠진 자영업자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최고 5층 건물 중 4층 상가를 쓰고 있다고 밝힌 임차인 C씨는 “이달 건물주가 관리비를 기존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3배 올려달라고 요구해 부담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자영업자 D씨 역시 “코로나 당시 세입자가 잘 안 구해질 때여서 시세보다 싸게 계약했는데, 최근 건물주가 월세는 법에 맞춰 5% 올리되 관리비는 7배 인상해달라고 하더라”는 사연을 전했다.


임차인 입장에서 방어할 논리는 없는 것일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상가 임대차 계약 당시 건물주와 세입자가 관리비와 관련한 규약을 따로 정하거나 별도로 약정한 것이 없다면, 관리비 인상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계약서에 기재돼 있지 않는 항목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건물주와 임차인이 협의해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 인상 문제도 협상하자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

관리비를 인상 폭을 정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건물 주변에서 준공일이나 규모 등이 비슷한 빌딩을 찾아, 해당 건물에선 관리비가 얼마나 부과되는지 파악해 이를 근거로 협상하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의견 조율에 실패한다면 세입자는 일단 증액 전 관리비만 내면서, 건물주에게 관리비 산정 근거를 정리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관리비를 이미 지급했다면 건물주 상대로 그동안 낸 관리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볼 수 있다.

다만 세입자가 관리비 문제를 두고 건물주와 법적 소송을 벌이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건물주의 ‘꼼수’에 기분이 상한 자영업자가 적지 않겠지만, 최대한 협상을 통해 적정 인상액을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민사소송 비용이 최소 300만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차라리 건물주가 요구하는 추가 관리비를 내는 것이 비용적, 정신적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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