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 입지 좋다고는 하지만…
"공공분양 빌미로 땅장사" 비판도
[땅집고] 서울 동작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부지 공공 주택 추정 분양가가 전용 59㎡ 기준 8억7225만원으로 발표된 가운데, 서울 지역 민간 분양가와 비교해 봐도 약간 높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전 청약을 통해 함께 공급하는 남양주 왕숙, 안양 매곡 부지 분양가가 3억~4억원대로 형성된 것과 비교해도 무려 2배 이상 높다.
수방사 부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에 있어 알짜 입지라는 평가가 있지만,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탓에 ‘청년층 내 집 마련을 위한 공공주택’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반포 지역 분양가가 3.3㎡(1평)당 6000만원에서 7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수방사 부지 평당 분양가가 4800만원 수준이라면 공사비가 오른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너무 비싸다”면서 “공공분양인데 분양가 8억원은 실수요자가 접근하기엔 문턱이 높은 가격"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택 사업인 ‘뉴:홈’ 사전청약 대상지와 공급 시기를 발표했다. 전체 공급 규모는 1만67가구로 6월, 9월, 12월 총 세 차례에 걸쳐 사전청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뉴:홈 사전청약 대상지 중에서도 한강변을 낀 동작구 수방사 부지는 그동안 찾아볼 수 없는 ‘역대급 입지’라는 수식어와 함께 관심이 가장 뜨겁다. 서울 시내에 공급하는 공공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지하철 노량진역(1·9호선)과 노들섬역(9호선) 사이에 있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59㎡ 총 566가구 규모가 공급될 예정으로, 이 중 군관사와 행복주택 물량을 제외한 255가구가 일반형으로 공급된다.
하지만 아무리 시세보다 저렴하고, 앞으로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해도 ‘공공주택’이라는 취지와는 다르게 분양가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수방사 부지 추정 분양가는 뉴:홈 사전청약으로 함께 공급하는 남양주 왕숙과 안양 매곡 부지보다도 2배 이상 비싸다. 같은 평형 기준 남양주 왕숙 추정 분양가는 3억3622만원, 안양 매곡은 4억3934만원이다.
최근 민간에서 공급한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가와 비교해 봐도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준이다. 이달 분양한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가재울 아이파크’ 전용 59㎡ 최고가가 8억8280만원이고, 지난 2월 분양한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같은 평수 최고가가 8억6900만원이다.
수방사 부지를 한국토지공사(LH)가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소유한 상태로 개발하는 ‘위탁개발방식’을 통해 진행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가 사업 시행자로서 땅을 소유한 채로 운영권만 LH에 주는 것인데, 부지가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분양을 마치고 나서 발생한 사업 이익은 모두 국방부로 귀속된다. 정부가 공공분양을 빌미로 하는 ‘땅장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 토지 매입에 드는 비용이 전무한데도 다른 공공주택 분양가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두고 토지 원가와 건축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억원대’라는 고분양가를 책정한 배경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로또 분양’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주변 시세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라 과열될 경우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로또 청약’에 대한 논란은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수방사 부지 전용 59㎡ 추정 분양가가 8억7225만원인데, 부지와 맞닿아 있는 ‘래미안트윈파크’ 전용 59㎡ 시세가 13억원 선이라 수요자 입장에서는 당첨만 되면 4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수방사 부지 공공주택을 ‘일반형’ 방식으로만 공급하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부모 자산이 많은 소위 ‘금수저’에게 유리한 청약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일반형의 경우 부동산 보유가액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보유가액 3557만원 이하 등 자산 요건은 적용하지만, 예금이나 유가증권, 전세보증금 등 청약자 순자산 규모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다. 즉, 현재 가진 자산이 많지는 않지만, 부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이른바 ‘부모 찬스’를 사용해 청약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8억원대라는 분양가를 기준으로 보면,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를 적용한 5억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3억원 이상의 목돈을 마련해야 청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편 동작구 수방사 일반형 공공분양주택 특별공급은 오는 19일부터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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