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7000억 제값 받기 어려울 수도" 한전 '여의도 금싸라기 땅' 매각 빨간불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6.14 07:46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전 남서울본부 건물, /네이버지도


[땅집고] 빚더미에 앉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구책으로 내놓은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에 비상등이 켜졌다. 변전소 이전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다. 여의도에서도 노른자 땅에 위치한 한전 부지는 매각 이후 주상복합 등으로 개발을 전제로 했을 때 가치가 무려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제값을 받고 팔려면 변전소 이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 지하와 지상에 있는 변전소를 모두 지하로 옮기면 지상 단독 개발이 가능하지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층 건축물을 짓기가 어렵다. 이에 업계에선 변전소를 여의도공원 지하로 이전하거나, 공공이 이곳을 매입해 공원화하는 안이 거론된다.

[땅집고]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기반시설 현황. /서울시


■한전 남서울본부, 매각시 7000억 가치

19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진 한전은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놨다. 그 중 하나가 여의도 남서울본부를 매각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한전 남서울본부는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에 진입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LG트윈타워 바로 옆에 있다. 부지 면적 9971㎡, 9층 규모다. 한강 조망권도 우수하다. 이 건물에서 5호선 여의나루역 출구가 있는 여의동로를 건너면 한강공원이 펼쳐진다.

여의도 노른자 땅에 있는 만큼, 시장 가치도 높다. 2014년 매각이 거론될 때는 2200~2500억원선에 가격에 매겨졌다. 현재 시장에선 그간 공시지가가 748억원에서 2465만원으로 약 3배 오른 점을 감안해, 이 건물의 가치가 7000억원에 달한다는 말이 돈다.

개발 가능성도 높다. 이곳은 현재 일반상업지역으로, 현재 400% 용적률을 적용받는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 24일 발표한 ‘여의도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결정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남서울본부 인근은 중심상업지역으로의 종 상향이 이뤄진다. 남서울본부 부지는 용도상향 예정 부지에서 빠졌으나, 바로 옆인 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한전은 건물 매각을 위해 도시계획시설 변경과 변전소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도시계획시설 변경은 서울시 도시계획시설상 ‘전기공급설비’로 지정된 것을 풀어, 다른 용도 건물도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곳은 여의도 개발 초기에 여의도 일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져 현재는 전기 공급을 위한 시설만 들어올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서울시에 부지 용도 변경 신청을 넣을 계획”이라며 “올해 연말 서울시가 여의도 도시계획을 확정하면 해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관련 내용이 접수되는 대로 용도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지 개발 계획을 세우고, 이에 대한 적정성 검토 등을 거친다”며 “빠르면 약 6개월 안에 절차가 끝날 수도 있지만, 연 단위로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용도지역 계획 방향(안). /서울시


■변전소 이전 불발되면 땅 가치 ‘뚝’

그런데 변전소 이전을 추진하려면 인허가에 드는 시간 외에 마땅한 장소가 필요하다. 이 변전소를 통해 여의도 일대 전기가 공급되는 만큼,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서울시 등 공공이 여의도에 가진 빈 땅이 없고, 저희에게 땅을 내놓겠다는 곳도 없다”며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는 변전소 이전이 관건인데, 현재로선 이를 옮기는 게 마땅치 않다”고 했다.

서울시 역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의도 공공 부지 중 지하 공간이 비어있는 곳으로는 여의도공원과 한강공원 주차장, 앙카라공원 등이 전부인데 이곳으로 이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 주차장 지하로의 이전은 안전성 문제로 불가능하며, 현재로선 서울시가 한전 부지를 매입하거나 변전소 이전 등에 관여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만약 이전이 어려워 지하를 그대로 둔 채 지상만 개발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지하를 건드려야 하는 지반 공사가 어려워 건물을 짓더라도 저층 신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땅의 강도에 따라 기초공사 설계가 달라지므로, 정확히 몇 층까지 가능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기존 있는 건축물이 10층 이하인 만큼, 이보다 높게 짓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남서울본부 땅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상에 고층 건축물을 올릴 수 없어 임대나 분양 수익을 목표로 하는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땅의 활용도를 높게 보는 매수자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초고층 개발이 가능한 곳임에도, 변전소로 인해 저층 개발만 가능하다면 땅의 효용과 가치가 떨어지므로, 관심도도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전 부지를 공원화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 컨설팅 대표는 “변전소를 감안했을 때 가격이 공공에서 허용 가능한 수준이라면 서울시가 이를 매입해 지상에 공원과 문화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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