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횟집만 가득하던 부산 해운대에 '이 가게' 차렸더니 매출 대박"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6.14 07:14

[땅집고] 대전시 동구 소제동 옛 철도관사촌 비좁은 골목은 주말마다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원래 소제호라는 크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던 자리다. 1905년 경부선철도 개통 이후 이 호수를 메운 자리에 철도관사촌이 형성됐다.

이후 100년 가까이 폐허로 방치되다시피 한 관사촌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지현 익선다다트렌드랩 대표다. 그는 대전의 역사가 깃든 관사촌을 개조해 직접 기획한 20여 개 브랜드를 입점시켜 대전 대표 핫플레이스 상권으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 모인 가게들은 단순히 식음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근현대 시대상을 한눈에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간 관광객이 300명 정도에 그쳤던 소제동은 최근 들어 연간 60만명이 찾는 대전 대표 명소로 거듭났다.

[땅집고] 대구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개조해 지은 카페 '오아시스'. 박지현 익선다다트렌드랩 대표는 "일본인들에 의해 생명력을 잃은 소제동이 사막이라면 새롭게 지어올리는 공간은 사막 속 샘, 즉 오아시스가 되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만든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익선다다트렌드랩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지만, 팬데믹이 가져온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전국 곳곳의 상업용 건물이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와 택지지구에선 예외 없이 유령 상가가 쏟아진다. 건물이 통째로 빈 경우도 부지기수다. 공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물주들에게 박지현(34) 익선다다트렌드랩 대표는 “요즘은 건물의 디자인이 예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고, 대형 브랜드가 입점한 상가도 공실로 몸살을 앓는다”며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아도 전략만 잘 세우면 공실을 해결하고 상권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연간 방문객 1만명이던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를 300만명에 가까운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2014년부터 ‘익동다방’, ‘열두달’, ‘경양식1920’, ‘엉클비디오타운’, ‘르블란서’, ‘낙원장’, ‘만홧가게’ 등 익선동 거리 전반의 F&B 매장을 기획했고, 이어 대전 동구 소제동 철도 관사촌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기획해 ‘풍뉴가’, ‘볕’, ‘슈니첼’, ‘오아시스’, ‘관사촌커피’, ‘FOUND’ 등의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지난 9년 동안 그가 탄생시킨 브랜드만 약 50개에 달한다.

땅집고는 오는 7월4일부터 공실로 위기를 겪는 건축주들을 대상으로 ‘공실 빌딩 살리기 임대차 전략 1기’ 과정을 진행한다. 이 강의에서 박 대표는 ‘스타벅스만이 답인가? 작은 브랜드를 활용한 공실 빌딩 살리기’란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강연에 앞서 박 대표를 만나 공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에 대해 미리 들어봤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상권 트렌드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경기 침체로 소비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코로나 때 픽업과 배달 수요가 크게 증가했는데, 팬데믹이 지난 이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점포들은 고객 재방문율이 급격하게 떨어져 폐업 중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기존 점포 공간이 평균 20~30평 정도였다면 이를 절반가량으로 축소하는 대신 픽업과 배달 수요에 더 포커스를 맞추는 전략을 펴고 있다. 서울 성수동이나 익선동 등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상권을 제외하면 유동 인구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고, 소비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뚜렷한 목적 없이 상가가 밀집한 거리나, 상업 시설을 방문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땅집고] 박지현 익선다다트렌드랩 대표. / 익선다다트렌드랩 제공


―공실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건물주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지난 2년간 금리가 상승하면서 상권 투자 수요가 위축하고 상권 침체가 심화하자, 시행사들이 설계 전부터 브랜딩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존에는 상가를 짓는 시행사와 분양회사들이 공간 브랜딩이나 입점 전략에 거의 신경을 쏟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건물 한 채를 운영하는 개인 임대 사업자도 건물에 어떤 세입자를 들일 지 보다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건물이 속한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거주하는지, 그들의 연소득은 어느 수준인지, 교통량은 얼마나 되는지, 동일한 상점 분포 현황이나 매출 수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 상권을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프랜차이즈 없이 소형 브랜드만으로 핫플레이스를 만들었는데, 비결이 있다면.

[땅집고] 해운대에 들어선 도넛 카페 고니즈 해운대본점 내부 매장 모습. /익선다다트렌드랩


“재작년, 부산 해운대 먹자골목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도넛 카페(고니즈)로 만들었다. 해운대 상권을 조사해 보니 생각보다 주로 20~30대 젊은 층 방문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먹거리는 40대와 50대 입맛에 맞춰져 있었다. 해운대에 결여된 아이템을 공략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 점포는 일반 도넛 가게의 10배 이상의 월 매출을 기록했다. 중구 신당동에 차린 ‘파파라멘’ 역시 라면을 찾는 타깃 고객을 먼저 분석한 후 브랜드를 개발해 성공한 사례다. 일본에서 유래한 돈코츠 라멘을 파는 곳인데, 일본 라멘보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칼칼함을 더해줄 ‘파’를 더했다. 돈코츠 라멘은 젊은 청년층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가족 단위 고객까지 소비층이 확대되는 추세였다. 이 연령층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상권은 주거 밀집지를 공략했다. 또 라면집은 누군가는 멀리서도 ‘찾아와서 먹을 수 있는’ 종류의 음식이기 때문에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인 곳을 물색했다. 소비자를 겨냥한 맛과 점포 위치 선정 덕분에 이 브랜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땅집고]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입점한 '파파라멘' 매장 모습. /익선다다트렌드랩


―작은 브랜드도 앵커 테넌트(핵심점포)가 될 수 있을까.
“코로나 이후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오프라인 쇼핑몰들이 점포 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대형 브랜드가 건물에 입점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가게라도 그 지역 수요에 비해 결여되어 있거나 타깃 고객에 꼭 맞는 특성을 갖춘 브랜드라면 해당 건물과 주변 상권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점포(Anchor tenant)가 될 수 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공실 빌딩 살리기 임대차 전략 1기' 개강>

땅집고가 오는 7월4일부터 공실 문제로 큰 고민에 빠진 기존 건물주 또는 신축 예정인 건축주들을 대상으로 ‘공실 빌딩 살리기 임대차 전략 1기’ 강연을 진행한다. 공실을 예방하는 노하우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상업공간의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임대차 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 교육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공실이 심각한 건물을 소유했거나 상업공간 트랜드에 관심있는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강의는 총 6강의로 진행되며 성수동 현장 스터디 1회를 포함해 진행한다. 강사진은 상권 트렌드 및 공간 마케팅, 운영관리 관점에서 상업공간을 기획하고 임대차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들로 꾸렸다.

[땅집고] 공실 빌딩 살리기 임대차 전략 1기 커리큘럼. /땅집고


박진수 쉐어드닷 이사는 젊은층인 MZ세대에게 인기있는 상권 특성을 분석하고 지역 소비 패턴을 분석한 임대차 전략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박지현 익선다다트렌드랩 대표는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가 아닌, 소형 브랜드를 활용해 공실을 살리는 전략을 소개한다. 김시온 팀포지티브제로 대표는 성수동 등지의 성공한 상업 건물을 찾아 현장 스터디를 진행하며 상업공간 기획 성공 사례를 알려준다. 그밖에도 성정학 박스풀 대표가 공실 건물 위치에 적합한 임대 콘텐츠 찾기 전략,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가 공간매니지먼트 전문회사와 협력해 공실을 최소화하는 전략 등을 강의할 예정이다.

강연은 7월 4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 30분에 태성빌딩에 있는 땅집고 아카데미 교육장에서 진행한다. 수강료는 17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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