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홍대 '평당 300만원' 미친 임대료에…"이대로 가면 망한다" 경고

뉴스 서지영 기자
입력 2023.06.11 08:06 수정 2023.06.11 08:17

[글로 보는 땅집고 ‘상권 긴급점검’]
"10평 월세 3000만원" 임대료 폭탄에 울부짖는 홍대


[땅집고] “이 건물들은 (임대료가) 평균 평당180만원, 바깥 쪽에는 평당 200만원이에요. 대한민국에 이런 데 없어요. (서교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평일 오후 6시 홍대입구역. 언뜻봐도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2월 일평균 홍대입구역 승하차 인원은 지하철 2호선만 14만 7400여명이다. 홍대입구역을 지나는 경의선, 공항철도 이용 승객까지 합치면 하루 평균 18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버스, 택시, 개인 차량을 이용해 모이는 인구와 인근 역에서 유입되는 인구까지 더하면 이곳의 유동인구는 평일 기준 30만명이 훌쩍 넘는다.


■ 2030 북적이는 홍대 메인거리, 어울마당로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회복하면서 홍대 거리 유동인구도 증가했다. 하늘길이 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 평일 낮 시간대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홍대 메인거리로 불리는 ‘어울마당로’에 있는 업종 대다수는 2030세대가 즐겨 찾는 보드게임카페, 무인사진촬영 점포, 의류 소매점, 사주 타로점, 휴대폰 케이스 판매 점포다. 실제로 홍대입구 9번 출구에서 어울마당로 거리를 지나는 500m거리까지 타로 사주점포가 19개, 휴대폰 케이스 판매 점포만 15개 였다. 이곳은 홍대 거리 중에서도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사람이 몰리는 거리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 곳 점포들은 유독 임대료가 비싸다.


횡단보도를 건너 어울마당로로 이어지는 초입에 있는 ‘토니모리 홍대점’은 이 거리에서 임대료가 가장 높은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전용면적 기준 평당 임대료가 300만원에 달한다. 전용 10평 기준 한달 월세가 3000만원이다. 이 거리에 있는 휴대폰 케이스 판매점의 평당 임대료는 180만원~200만원이다. 전용 5평의 휴대폰 케이스 매장의 한달 월세가 1000만원인 셈이다.

서교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건물들은 평당 임대료가 180만원, 200만원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데 없다. 전용 10평이 보증금 3억에 월세가 3000만 원인데 10평으로 나눠 보면 평당 임대료는 300만원이다”고 말했다.

홍대입구 메인거리 상가 임대료는 강남역 인근 상가보다 비싼 편이다. 지하철 2호선 평균 승하차 인원이 18만명에 달하는 강남역의 경우, 강남역 6번 출구 인근 대로변에 있는 1층 상가 전용 21평이 보증금 5억원에 월 임대료가 2700만원이다. 평당 임대료가 129만원에 달한다. 홍대 상권과 비교해서 평당 임대료가 50만원 이상 낮다.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홍대상권 임대료가 높게 형성됐다고 하지만, 상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월 매출로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출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홍대 메인거리 상인C씨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준이 안돼 대출 받아서 내고 있다"며 "여기다가 계속 투자를 하긴 해야하는데 세 내기가 힘들어서 밀리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홍대 어울마당로를 따라 500m 정도 걸으면 공실이 3개 가량 보인다. 공실 수는 적은 편이지만 이 거리는 점포 주인이 바뀌는 일이 일상이다. 유동인구에 혹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며 임대를 하지만 막상 월 매출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가게를 접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지에서 만난 홍대 어울마당로 상인B씨는 “다른 곳에 비해서 임대료가 비싼편은 맞다. 여기는 일년 내내 공사한다. 메인 자리들은 계속 공사하고 계속 나간다”고 말했다.

■ 절반이 공실인 메인거리 뒷 골목 상권


메인 거리에서 홍익대학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상권은 썰렁하다. 홍익대까지 이어지는 200m 거리에 상가 10곳 중 5곳 이상이 공실이다. 이 거리는 메인 거리에 비해 유동인구가 줄지만 메인거리와 이어지는 입지라는 이유로 임대료가 높게 형성됐다. 이 골목 상인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점포의 평균 임대료는 전용 6평기준으로 월 500만원 수준이다. 평당 임대료가 83만원이 넘는다. 코로나 이후 이 골목의 매출이 줄고,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점포들이 늘면서 임대료를 50%이하로 낮추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마저도 감당하지 못해 공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홍대 메인 거리의 이면도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 K씨는 “(메인 거리 임대료와) 준하는 가격으로 형성돼 있다.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계속. 완전히 몸만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홍대 상권에서 매출을 올리는 점포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일대에 있는 부동산 가치와 임대료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임대료가 너무 높게 올라있다. 여기서는 더이상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격이 올라가 있다"며 "홍대 상권이 이런 상태로 가면 신촌 같은 곳처럼 쇠퇴할 수 있으며 요지에 있는 몇몇 점포들은 버틸만 하지만 점점 상권 쇠퇴 경향이 중앙으로 오게 된다"고 했다.

홍대 상권 임대료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상권의 수요가 높아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상인들은 홍대 거리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연남동이나 합정 등 인근 상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곳 상권이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상권 긴급점검' 영상을 바탕으로 재작성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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