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플랫폼시티, 토지보상률 68% 넘어…내년 착공 '청신호'
토지보상금 2조 풀렸는데…인근 부동산 영향 '전무'
'12억'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청약 선방했지만 실계약률 저조
[땅집고] “(경기도 용인시) 플랫폼시티 건설을 비롯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용인역 설치 기대감은 이미 집값에 반영됐어요. 토지 보상에 속도를 낸다는 소식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죠.”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분당선 구성역 인근에서 만난 노명희 구성래미안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 3년간 플랫폼시티 주변 토지 가격이 1.5배 가량 올랐지만 지금은 매물이 다 잠겨있는 상태”라고 했다.
수도권 남부 최고 알짜 개발지로 주목받고 있는 용인 플랫폼시티가 최근 토지 보상률 68%를 넘기면서 내년 상반기 착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랫폼시티는 용인 기흥구 보정·마북·신갈동 일대 275만7186㎡에 총 사업비 6조2851억원을 투입해 주택 1만여가구와 일자리, 쇼핑, 문화까지 아우르는 복합신도시로 개발한다. 경기도와 용인시, 경기주택도시공사, 용인도시공사 등이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와 함께 용인 지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기대감이 높다.
그런데 2조원이 넘는 보상금이 풀렸지만 플랫폼시티 주변 부동산 시장은 예상 외로 차갑다. 신규 분양 아파트는 절반 이상 미분양으로 남았고 집값은 오히려 하락세다. 일부 토지를 제외한 전반적인 부동산 매매 거래도 한산하다.
■전체 토지 3분의2 수용 끝나…내년 상반기 착공
용인시는 지난달 30일 기준 사업 대상 사유지 189만6000㎡ 중 130만여㎡(68.9%)에 대한 협의 수용을 완료했다고 9일 밝혔다. 협의 계약을 완료한 대상 토지의 총 보상액은 2조1624억원이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광역 지자체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선 시행자가 전체 사유지 중 67%를 확보하면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수용재결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67% 토지를 확보하면 사업 추진을 본격화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 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해 2029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토지 보상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용인 기흥구 일대 부동산 시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 통상 대규모 개발지에서 보상금이 풀리면 인근 토지·상가 등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하고 집값을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용인 기흥구 아파트값은 70주째 하락 중이다. 용인 처인구가 반도체클러스터 영향으로 지난 4월부터 상승 전환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플랫폼시티 동측 전철 수인분당선 구성역 인근에서 시세를 견인하는 아파트인 ‘삼성래미안1단지’는 올 들어 매매 거래가 단 10건에 그치고 있다.
플랫폼시티 인근에서 지난달 분양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아파트 계약 결과도 시장에 찬물을 끼어얹은 격이 됐다. 1순위 청약에서는 평균 3.9대1의 경쟁률을 보였던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막상 절반 이상 미계약으로 남았다. 총 999가구 가운데 589가구(59%)가 미분양 상태다. 노 대표는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청약 대기 수요가 많았는데 예상보다 분양가(84㎡ 기준 9억1000만~12억3500만원)가 높았다”며 “미계약 물량이 많아 인근 아파트값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통상 토지보상을 받은 토지주들은 주택보다 주변 토지에 재투자할 가능성이 높아 용인 일대 주택시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토지 투자자의 경우 보상금을 주택보다 다른 토지나 건물을 사는데 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보상금 받은 토지 투자자들은 주로 개발지 인근 자연녹지에 관심이 많다”며 “용인에서는 신갈동 자연녹지, 처인구 농지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미 시세가 많이 올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플랫폼시티 인근 집값이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최근 분양한 신규 아파트 미계약 물량 소진도 어려운데다 현재 전세금과 매매가격 차이가 커 투자 수요도 몰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집값이 오르려면 투자수요가 추격 매수해야 하는데 현재 인근 아파트 전세금(3억5000만~4억원)과 매매가 차이가 4억~5억원에 달해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용인 실수요자들이 기존 집을 팔고 신규 분양 단지로 입주할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용인=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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