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 잠실동, 강남 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부동산 과열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vs. "재산권 침해, 지역 차별"
[땅집고]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가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제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이번 재지정 결정을 보고 우리 주민들은 정치적 제물이 된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민 이규리씨)
지난 7일 서울시가 제 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권 핵심지인 일명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고 밝혔다. 연장된 규제 기간은 이달 23일부터 2024년 6월 22일까지 1년간이다.
잠삼대청은 2020년 6월 처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이번이 세번째 연장이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3년 동안 규제 때문에 비정상적인 거래 절벽으로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서울시에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더구나 부동산 침체기를 맞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에 이번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조치에 망연자실해 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상 거래까지 틀어막는 토허제…‘은마 200건→37건’, ‘잠실엘스 281건→41건’
토지거래허가제란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역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실거주 목적인 매수자들에게만 거래를 허락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전월세로 임대할 수 없으며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소위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이런 규제 특성을 고려해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부동산 투기와 집값 과열을 막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제가 투기성 거래뿐 아니라 일반 정상 거래까지 틀어막는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금이 모자라거나 대출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은 상급지나 신축 단지로 이동하는 소위 ‘갈아타기’를 하려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수할 수밖에 없는데, 규제가 이 같은 거래마저 모두 투기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 즉 집을 제때 사고파는 것 자체가 차단돼, 지난 3년여 동안 잠삼대청 일대에선 아파트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거래 소멸’ 현상이 이어졌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표 재건축 사업장인 은마아파트는 규제 발효 전인 2019년 한해동안 총 200건 거래됐었다. 하지만 규제 이후인 2020년에는 거래량이 97건으로 반토막 난 데 이어, ▲2021년 59건 ▲2022년 37건 순으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로 꼽히는 ‘잠실엘스’도 ▲2019년 281건 ▲2020년 159건 ▲2021년 44건 ▲2022년 41건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눈에 띄게 거래량이 줄었다.
■서울시 “재지정 불가피”…잠삼대청 “우리가 서울시 제물이냐”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 잠삼대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릴 것이라고 기대한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일 서울시가 규제 재지정 결정을 내리면서 이 같은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현재 4개동에 국제교류복합지구와 관련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라, 이들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될 경우 지가가 급등하고 투기 세력이 유입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삼성동 코엑스~현대차GBC(옛한전부지)~잠실동 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166만㎡ 대지에 4가지 핵심 산업시설(국제업무·스포츠·엔터테인먼트·전시컨벤션)과 수변공간을 연계해 마이스(MICE)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 같은 서울시 설명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조치를 바라보는 잠삼대청 일대 주민들과 공인중개사들 시선이 곱지 않다. 그동안 서울시 측에 규제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수 없이 전달했는데도 묵살당하자 실망감이 분노로 바뀌고 있는 것. 현재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와 ‘리센츠’ 아파트 외벽에는 ‘잠실은 서울시의 제물인가? 재산권 침해하는 토지거래허가제 즉각 해제하라!’는 문구가 적힌 붉은색 현수막이 내걸렸다.
강남구 청담동 해솔부동산의 이치빈 대표는 “달리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매거래가 씨가 말랐다”며 “매도자들은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매수자들은 갭투자가 되는 지역으로 아예 이동해 버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사업 때문에 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제) 묶었다고 하는데, ‘여기 마이스 개발되면 좋을 것 같아서 사러 왔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가 ‘지역 차별’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잠삼대청 인근 강남구 개포·도곡동, 서초구 반포동 일대나 용산구 한남동 역시 지역 호재를 끼고 있는 상급지인데도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을 들어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민 이규리씨는 “서울시가 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인근 동네가 풍선효과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며 “강남3구를 다 묶는 것도 아니고, 일부 지역만 규제로 3년 이상 묶어버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특정 지역에 정치적 특혜를 몰아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고 했다.
■“도곡동·반포동·한남동은 제외…정치적 특혜 의심”
토지거래허가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잠삼대청 지역민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해당 지역 정치인들도 ‘서울시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송파을)은 “정책 효과도 없이 재산권만 침해하고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위헌적 토지거래허가제는 즉각 철폐돼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유경준 의원(강남병) 역시 “특정 지역을 3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인 행태”라며 “연장을 위해서는 강남 지역에 투기적 수요가 아직도 유입되고 있다는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소한 내년 총선 전까지는 서울시가 잠삼대청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규제를 풀었다가 서울 핵심지 아파트 가격이 치솟기라도 하면, 집값 상승을 방치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일괄 적용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규제로 묶인 지역 집값은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를 내겠지만, 되레 인근 지역 집값은 띄운다는 점에서 투기를 방지하는 대책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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