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6평(20㎡) 짜리 농막을 만들려면 땅이 300평(1000㎡)이나 있어야 한답니다. 주말농장용 작은 땅에는 2평짜리 농막만 겨우 지을 수 있대요. 농막에서 잠도 못잔다는데, 농사짓고 집에 가라는 건지…정말 탁상행정입니다.”
농촌에 농막을 설치해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농막의 면적과 용도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농막을 투기에 활용하거나 별장으로 쓰는 사례가 많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고, 지자체별로 관련 규정이 제각각이라는 게 근거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도한 규제가 지방 소멸을 가속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연휴 등을 맞아 농촌을 방문하면서 유동인구가 늘고, 소비를 진작시키면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측면이 있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게 규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봤다.
■ 농식품부 “전국에 불법 농막 …관련 규정 미흡”
먼저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농지법 시행규칙'을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감사원이 진행한 '가설건축물(농막) 설치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 농막 형태기준을 마련하고, 농막 설치요건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개정안 배경을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인천시 강화군과 울산시 울주군 등 전국 20개 지자체에 설치된 농막은 총 3만3140개로, 이중 1만1949개(36.1%)는 불법 증축된 건축물이었다. 농지를 불법전용한 사례는 1만1635개(35.1%)로 파악됐다.
농식품부는 개정 이유에 대해 "최근 구체적인 면적 기준과 주거기준 등이 부재해 입법 취지와 달리 불법 증축, 불법 전용 등을 통해 농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자체 관련 규정이 제각각인 점도 개정안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감사원이 전국 212개 지자체의 농막 설치 규정을 전수조사한 결과, 199개 지자체는 농막을 가설건축물로 봤지만, 양평군 등은 건축신고 후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6개 지자체는 건축법에 상관 없이, 농막 설치를 허용하고 있었다.
■ 농막 면적과 용도 엄격히 제한
이번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핵심은 농막의 면적과 용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컨테이너를 개조하는 등 소규모 농막까지 제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농지법 시행규칙 3조2항에 따르면 현재는 농지 면적과 관계없이 20㎡ 미만 농막은 신고만 하면 설치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농지 면적에 따라 다르다. 농지면적 660㎡ 미만은 7㎡, 660~1000㎡ 미만은 13㎡로 지어야 한다. 만약 1000㎡ 이상 농업인으로 등록된 경우는 종전처럼 20㎡로 농막을 지을 수 있다.
더욱이 시행규칙 개정으로 데크와 테라스, 다락, 정화조도 연면적에 포함된다. 실 사용면적이 작아지는 것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농막으로 전입 신고를 하거나 내부 휴식 공간이 바닥면적의 25%를 초과할 때에는 주거로 판단한다고 했다. 농지가 660㎡(약 200평)보다 작으면 농막 내 휴식 공간은 최대 0.52평(1.75㎡) 수준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농막을 설치하려면 원상복구가 가능한 가설건축물로 신고하고, 건축법에 따라 3년마다 불법증축 등 위반사항을 점검받아야 한다. 농막에서 밤에 휴식을 취하는 등 숙박도 일체 금지된다.
■ “농막 규제 보다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이에 귀촌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규제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농막 생활을 즐기러 농촌에 가는 사람이 확 줄겠다” “농촌을 살리자면서 이런 규제를 만드는 게 말이 되나” “농촌에 별장을 짓는 사람들이 몇이나 된다고, 소탐대실 하는 것”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농지법 시행규칙'에는 의견이 무려 1800건(8일 오후 3시 기준) 넘게 접수됐다. 이 안은 5월 한달간 입법예고된 139건 중 가장 많은 의견을 받았다.
전문가는 농막 활용을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봤다. 대다수 농촌이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한 가운데, 농막 문화가 지방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
한이철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실제로 경기도 양평, 인천 강화도 등 서울 근교 지역에선 농막 수요가 상당하고, 농막 경험을 통해 농촌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는 등 이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농막 증가가 곧 농촌 빈집 감소와 농촌 인구 증가 등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일괄적으로 농막을 규제하기 보다는 농막을 통해 농촌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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