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지분석]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
[땅집고]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지하철 3호선 대치역 3번 출구에서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 북측으로 오르막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었다. 대치현대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바로 옆에 공사를 막 끝낸 새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단지 안을 오가는 이삿짐 트럭들을 보면서 이제 갓 입주가 시작됐음을 짐작하게 했다. 주택 내부에서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1지구를 재건축한 ‘대치푸르지오써밋’이다. 지하 3층~지상 18층, 9개 동, 51~155㎡(이하 전용면적) 총 489가구 규모로 이날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671억원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조합과 갈등을 빚어 입주 지연 위기도 겪었지만, 다행히 조합이 228억원 수준으로 증액분을 협상하면서 제때 입주할 수 있게 됐다.
‘대치푸르지오써밋’은 단지명에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써밋’이 붙은 아파트로 새 아파트가 귀한 대치동에 입주하는 단지다. 강남 우수 학군과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하철역이 너무 멀고, 아파트가 경사진 곳에 있다. 무엇보다 대치동 일대가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이전고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입주권 거래가 원천 불가능한 점도 걸림돌이다.
■대치동 학원가 도보권…언덕길에 전철역까지는 ‘걸어서 20분’
강남구 대치동 대치 구마을 재건축 사업은 총 1~3지구로 나뉘어 진행 중이며, 2개 지구가 입주를 완료해 정비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2021년 1지구인 ‘대치 르엘’(273가구)이 입주한 후 이달에 2지구 ‘대치푸르지오써밋’(489가구)이 입주한다. 현재 공사 중인 3지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282가구)는 2025년 입주할 예정이다.
2지구를 재건축한 ‘대치푸르지오써밋’은 대치 구마을 중에선 주택 수가 가장 많고, 주택형도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해 선호도가 높다. 지난 2020년 청약 당시 1만7820명이 몰려 평균 168대 1의 경쟁률로 그 해 최고 기록을 보였다.
단지는 대현초등학교, 휘문중학교, 휘문고·경기고·진선여고 등 교육시설이 도보권인 데다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반경 2km 이내에 강남 테헤란로 업무지구와 코엑스몰,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가 경사진 곳에 있는 데다 강남치고는 전철역과의 거리가 멀어 이 같은 인프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가장 가까운 역인 지하철 2호선 삼성역까지가 약 1km 거리다. 넉넉한 걸음으로 20분 정도가 걸리고, 버스를 이용하더라도 배차시간 등을 고려하면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아파트를 둘러싸고 대치역(3호선), 선릉역(2호선·분당선), 한티역(분당선), 도곡역(3호선) 학여울역(3호선)이 있지만 모두 반경 1km가 넘는 거리에 있다. 대치역에서 단지까지 걸어가려면 삼성로를 따라 북측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꽤 경사진 길이어서 평지를 걷는 것보다 시간과 힘이 더 들 수 있다.
■ 동간 간격 좁고, 단차로 일부 동 단절
단지의 대지면적은 약 3만㎡로 총 9개 동이 들어섰다. 대지면적이 넓은 편은 아니어서 동간 간격이 13m 정도로 좁은 편이다. 은마아파트(40~50m)의 4분의1 정도 길이다. 주택 내부에서는 탁 트인 조망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또 101동, 102동, 103동은 위쪽에, 나머지 동은 아래쪽에 단차를 두고 배치됐는데 윗동과 아랫동을 오갈 수 있는 계단이 없다. 동 내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단지를 나가 후문이나 정문으로 다시 들어오는 방식으로 이동해야 한다. 단지 북측과 남측을 한 번에 외부에서 오갈 수는 없는 셈이다.
내부에 통로가 따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101~103동 주민들이 아래쪽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을 비롯해 일부 주민 커뮤니티시설 등을 이용하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 84㎡ 호가 ‘30억원’…토지거래허가구역 묶여 실거래는 ‘0건’
‘대치푸르지오써밋’의 시세는 84㎡ 호가 기준으로 29억원~33억원에 이른다. 14억원대였던 분양가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전세금 호가는 12억~18억원 사이다.
하지만 이 단지를 포함해 2년 전 입주한 ‘대치 르엘’도 실거래 건수가 한 건도 없다. 당분간 두 단지는 주택 입주권을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탓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실거주할 목적으로만 구입이 가능하며 전세를 낀 매매 등은 안 된다.
신축의 경우 요건을 갖춰도 아파트 이전고시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개별 거래가 어렵다. 이전고시는 지자체로부터 아파트 준공을 승인받은 뒤 조합이 확보한 주택과 토지 소유권을 입주자에게 분배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이 절차가 끝나야 집주인들의 개별등기가 가능하다. 2021년 9월 입주한 ‘대치 르엘’은 아직까지도 구청 이전고시를 확정받지 못해서 실거래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다. 업계에선 대치르엘의 경우 이르면 오는 9월쯤 이전고시 절차를 완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조합이 보유한 보류지 매물은 거래할 수 있다. ‘대치 르엘’ 조합은 최근 보류지 매물을 처분했는데, 낙찰가는 59㎡가 19억2600만원, 77㎡는 23억7600만원 수준이었다. ‘대치푸르지오써밋’은 59㎡ 6가구(21억6000만원~22억원), 84㎡ 4가구(29억3000만원~30억원) 등 총 13가구를 보류지 매물로 내놨고 일부를 매각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치푸르지오써밋을 비롯해 대치르엘은 신축 단지로 아직 구청에서 등기를 받지 못해 개별 집주인이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요건이 안 된다”며 “보류지 매물 외에는 현재로선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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