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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집값 잡으려다 도곡동 집값만 띄웠다…토지거래허가제의 역설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6.08 07:23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한낮인데도 이중주차된 차량들을 쉽게볼 수 있다. /김서경 기자


[땅집고] “토지거래허가구역제(토허제) 재지정해도 어차피 살 사람은 다 삽니다. 이 제도가 탁상행정이라는 말이죠. 잠실 MICE(국제업무·스포츠·엔터테인먼트·전시컨벤션) 산업 때문에 대치동까지 토허제로 묶었는데, 이는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주민 불편을 초래할 뿐입니다. 하물며 대치동의 절반을 차지하는 단독주택가도 피해를 보니까요. ”(은마아파트 단지 내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1년 더 연장됐다. 서울시는 전날(7일)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해당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결정했다. 연장 기간은 내년 6월22일까지다.

토허제는 2년 실거주 목적일 때만 매매를 허가해 주는 것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거래를 하려면 지자체장 허가를 받는 제도다. 주로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투기 목적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된다.

하지만 정작 해당 지역에선 토허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시장에 미치는 규제 효과가 미미한 데다, 오히려 개인 재산권 침해 논란만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대치동 일대는 토허제로 지정됐어도, 매수세가 남아 있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대치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을 기점으로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다만 일각에선 토허제를 푸는 순간, 일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거래량 및 해당 자치구 내 비중 추이. /김서경 기자


■토허제 묶인 대치동이나 미지정 도곡동이나 거래량 비슷

실제로 강남구에서 대치동 아파트 매매 거래 비중은 토허제 이후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내 대치동 아파트 매매 거래량 비중은 2019년 6%에서 2020년 11%로 증가했다. 2021년 11%, 2022년 14%, 올해(6월1일 기준)엔 16%(2023·6월까지)까지 올랐다. 대치동이 토허제로 지정된 직후엔 매매 거래량이 790건(2020년 6월)에서 365건(7월)으로 반토막 났지만, 다시 회복세를 보인 뒤 오히려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토허제와는 무관한 대치동과 마주 보는 도곡동의 5년간 아파트 거래량 비중은 14~16%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전경. /김서경 기자


대치동과 도곡동은 국내 대표 학군지로, 전세 수요가 꾸준하다는 특징이 있다. 학기가 시작될 무렵은 물론,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 전국에서 짐을 싸 들고 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은 동네다. 2020년 6월 대치동이 토허제로 묶이면서 도곡동 대표 단지 ‘도곡렉슬’에선 최고 실거래가가 나왔다. 이 단지 전용 114㎡는 6월 말 직전 최고가보다 1억5000만원 오른 31억원에, 전용 134㎡는 7000만원 뛴 33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것이다.

대치동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투기 수요가 인근 단지로 분산될 뿐, 장기적으로는 시세가 키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토허제가 일대 집값 상승을 부추긴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투기 수요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토허제로 지정돼서, 지방 발령이나 상속 등으로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사람도 못 팔게 돼 주민 불편만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잠실에서도 토허제 지정이 매수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잠실동의 비중은 토허제 직후엔 줄었으나,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토허제 지정 전인 2019년엔 22%였지만, 토허제 지정 이후 거래량이 확 줄면서 2021년엔 15%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2022년 다시 23%까지 올랐으며, 올해 6월 기준으로는 22%로 집계된다. 토허제가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토허제 이전만큼, 거래 비중이 늘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걸린 재건축 관련 현수막. /김서경 기자


■ 서울시, 삼성·청담·대치·잠실 ‘토허제’ 1년 연장

토허제가 시장에서 아예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정 직후엔 삼성·청담·대치·잠실동 모두 거래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갭투자를 막지 않았으면 더 많은 투기 수요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전히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는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어서다.

다만 구별 거래 비중이 늘었듯, 토허제 등 규제가 오히려 해당 지역의 인기를 부추겼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올해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남긴 강남3구와 용산구 등은 오히려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규제의 역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대치동 등을 토허제로 지정하면서, 더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점찍은 상급지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결정을 예상했다면서도 토허제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세법이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서도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상속이나 이민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로 다루는데, 토허제는 일괄 적용을 해서 너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해당 지역 집값 상승을 억제하겠으나, 인근 지역 집값을 올리는 점에서 투기방지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반면 토허제를 풀기에는 서울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의견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지역인 강남구의 집값이 올랐다는 건 아직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 자금이 많다는 말”이라며 “시장 안정화가 이뤄진 뒤 토허제 같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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