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 도심 한복판 지키던 인제대 서울백병원, 83년 만에 문 닫는다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6.05 07:16 수정 2023.06.05 09:10

"환자가 없어요"…'누적 적자 1700억' 폐원 수순
20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

[땅집고] 서울 중구에 있는 인제대 서울백병원 건물. /이지은 기자


[땅집고] 서울 중구 명동성당 건너편에 있는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17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폐원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지 83년 만이다.

현재의 서울백병원은 1975년 완공했고 당시 지하 2층~지상 13층 총 350병상으로 국내 최대 종합병원이었다. 이후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대회 지정병원으로 선정됐고, 국내에서 간이식 수술을 최초로 집도하는 등 대학병원 가운데 역사성과 상징성이 매우 큰 곳이다.

5일 의료업계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팀은 최근 “의료 관련 사업은 모두 추진이 불가능해 폐원이 최선이며, 병원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에서 폐원안이 통과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경영진의 다각적인 노력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20년 가까이 17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쌓이면서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내부 구성원들 역시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폐원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20년 쌓인 적자만 1745억…“폐원 말고 해법 없다”

서울백병원은 지난해까지 20여년 동안 연속 적자를 냈다. 2004년 처음으로 73억원 손실을 기록한 뒤 매년 적자 행진이다. 적자 폭은 해마다 커졌고, 지난해에는 161억원까지 늘었다. 올해까지 누적 적자만 1745억원에 달한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땅집고] 인제대 서울백병원 연도별 경영실적 추이. /이지은 기자


하지만 인제학원 측은 서울백병원이 재단 본원인 만큼 상징성이 크고 서울시민 의료 복지를 위해서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6년 경영정상화TF팀을 꾸린 뒤 7년째 운영 중이고, 2017~2022년에는 매년 30억~50억원을 들여 건물 로비를 비롯한 외래 진료 공간, 수술실, 병동 등에 대한 시설 개선 작업을 벌였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외부 컨설팅도 4회나 받았다. 최근 진행한 외부 기관 평가에서도 종합병원 대신 건강검진 및 외래센터, 요양병원, 노인주거복지시설 등 의료 분야에서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했지만, 컨설팅 결과는 매번 똑같았다. ‘의료 관련 사업은 모두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제학원 측은 그동안 서울백병원 적자를 일산 백병원 등 형제병원 4곳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메워왔지만 더 이상 서울백병원 경영을 지속하다가는 전체 학교법인은 물론 형제병원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가 없어요”…도심 공동화로 직격탄

서울백병원이 경영난에 몰린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2000년대 들어 서울에 자본력 갖춘 대형병원이 줄줄이 생겼기 때문이다.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병원에 비해 시설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서울백병원은 종합병원인데도 지상 주차 공간은 11대에 불과하다. 환자들은 주차타워(118대)를 이용한다. 인근 교회, 호텔 등과 협의해 지상 주차 공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내원 환자 편의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땅값이 비싼 도심지여서 병원을 확장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

[땅집고] 지난 2일 오후 인제대 서울백병원 로비. 진료 접수를 위해 기다리는 방문객이 4명에 그칠 정도로 한산하다. /이지은 기자


도심 공동화도 결정적인 이유다. 서울 도심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상주인구는 적어 의료 수요가 별로 없다. 낮에는 교통 정체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중환자나 응급 환자가 방문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땅집고 취재진이 지난 2일 오후 찾은 서울백병원 1층 로비에서 수납을 기다리는 환자는 4명뿐이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넘쳐나는 대학병원에서 이 정도 외래 방문율은 턱 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요즘엔 수술이 하루에 3~4건밖에 없는 날도 있다”고 했다.

서울백병원은 적자 타개를 위해 병상 수도 당초 400여개에서 2022년 158개, 올해는 122개까지 줄였다. 그러나 내원 환자는 오히려 더 감소하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병상 가동률이 평균 79.1%에 달했는데, 2021년, 2022년에는 각각 52.3%, 48.7%로 바닥을 찍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올해 3~4월에는 가동률이 조금 올랐지만 큰 의미는 없는 상황이다.

[땅집고] 서울백병원 병상 운영 및 진료 건수 추이. /이지은 기자


의료 업계에선 서울백병원도 일찌감치 폐원 및 이전을 결정한 기존 서울 도심 병원들과 같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구 필동에 있던 중앙대 필동병원은 2004년 동작구 흑석동으로 이전했다. 이대 동대문병원(2008년)과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 제일병원(2021년)은 폐원했다.

서울백병원은 폐원을 결정해도 직원 고용은 100%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올 5월 기준 서울백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393명이다. 현재로서는 형제병원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전체 직원 대상으로 외부 컨설팅 결과 및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 결과 등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하게 될 것”이라며 “병원 부지 및 건물 처리 문제는 아직까지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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