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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웃돈'에도 팔렸다…전매제한 풀리자 분양권 시장 들썩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6.02 11:20 수정 2023.06.02 12:01

전매제한 완화 뒤…분양권 거래 6건→75건 급증
분양가보다 2억~4억원씩 웃돈
"실거주 완화 풀리면 가격 더 오를 것"

[땅집고] 최근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진 서울 동대문구 지하철 1호선·수인분당·경춘·경의중앙선 청량리역 일대 아파트 전경. / 땅집고DB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전용 84㎡(이하 전용면적) 분양권은 최근 14억1485만원(49층)에 거래됐다. 8억원대 후반에서 10억8000만원 사이였던 분양가보다 4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이 단지는 올들어 1분기까지는 단 1건도 분양권 거래가 없다가, 전매제한이 풀린 4월 이후부터 84㎡ 주택형만 9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9건 중 1건을 제외하고 11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려 분양가보다 수억원 비싸게 손바뀜했다.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청량리역 일대에 입주를 앞둔 단지가 많은데, 전매제한 완화 시행령 개정 이후부터 분양권 매수 문의전화가 쏟아졌다”고 했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단 6건에 불과했던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전매제한이 완화한 4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두 달여간 75건으로 증가했다. 분양권은 아파트 청약에서 일반분양 당첨자가 얻은 새 아파트 소유권을 의미한다. 그동안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의무 등의 규제 때문에 입주 이후에도 거래가 어려웠으나 올들어 전매제한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거래가 활발해졌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짓는 단지의 입주권, 즉 조합원 매물에는 4월 이후 본격적으로 수억원씩 웃돈이 붙는 모양새다.

■ 전매제한 풀리자 분양권 거래 ‘6건’→ ‘75건’ 급증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4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전매제한을 완화했다. 4월7일부터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이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규제지역·공공택지·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3년으로,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다.

[땅집고] 지난 4월 초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 변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규제가 풀린 직후 서울 주요 단지 13곳에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의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총 59건(분양권 6건, 입주권 53건)이었는데, 전매제한이 완화한 4월부터 5월 현재까지 두 달여간 99건(분양권 75건, 입주권 22건)이 거래됐다.

서울은 규제 완화로 분양권 거래량이 70건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 분양권 거래량은 1549건에서 1381건으로 오히려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분양권 가격도 오름세다. 노원구 상계동에 입주를 앞둔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84㎡ 분양권은 5월 8억2000만원에 거래되면서 6억2000만원대 분양가보다 2억원 상승한 가격에 손바뀜했다.

같은 달 ‘흑석리버파크자이’ 59㎡ 분양권은 11억5000만원에 거래돼 7억1000만원이었던 분양가보다 4억원 올랐다.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의무 등에서 자유로운 조합원 매물도 일반 분양가 대비 수억원씩 가격이 뛰었다. 지난달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포레온’ 84㎡ 입주권이 18억원에 거래됐다. 분양가 13억원에 웃돈(프리미엄)이 5억원이나 붙어 거래된 것이다. 이 주택형 입주권은 5월에만 3건이 거래됐는데, 나머지 2건도 분양가보다 2억~4억원 높은 15억6532만원, 17억2000만원에 각각 팔렸다.

■ “아직은 급매 위주…실거주 완화 풀리면 가격 더 오를 것”

다만, 분양권의 경우 급매물이 대부분이어서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되거나 같은 단지에서도 상승 거래와 하락 거래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강동구 성내동에 분양한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의 경우 4~5월에 거래된 분양권 5건 중 4건이 시세와 근접하거나 하락한 거래였다. 이 단지 84㎡ 분양가는 9억8000만원인데, 지난 4월 분양권은 9억5163만원에 팔렸다. 98㎡도 분양가(11억1800만원)와 비슷한 11억2200만원에 손바뀜했다.

최근 두 달여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도 웃돈이 1억원 이상 붙은 거래도 있지만, 20층 이상의 고층 매물은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된 경우도 있었다. 이 단지 84㎡ 주택형 분양가는 20층 이상 고층의 경우 10억2000만~10억5000만원 정도다. 지난 5월 분양가보다 높은 11억4870만원에 팔린 경우도 있지만 4월에는 49층 매물이 10억원에 거래돼 분양가보다 낮게 팔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까지 완전히 사라지면 분양권 물량이 더 늘고,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서울은 공급이 많지 않고 공사비 등으로 가격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주변 시세만큼은 분양권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30일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야당이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면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전세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법안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전매제한 완화 효과도 제한적이어서 반쪽짜리 규제 완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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