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분양 광고가 말하지 않는 사실과 정보’만을 모아 집중 분석하는 ‘디스(This) 아파트’ 시리즈를 연재한다. 분양 상품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디스 아파트]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자이 시그니처’

[땅집고] 수도권 서북부 핵심 주거지로 꼽히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이달 ‘운정자이 시그니처’가 분양한다. 당초 지난 3월 말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할 예정이었는데, 올해 초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는 바람에 분양을 미뤘던 단지다.

‘운정자이 시그니처’는 지하 2층~지상 28층, 13개동, 총 988가구 규모다. 오는 6월 7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입주는 2026년 3월로 예정됐다. 시공은 GS건설이 맡는다.

이 단지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운정역 역세권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운정신도시에서는 입지가 좋은 편에 속해, 견본주택을 열자마자 예비청약자들이 몰려든 사진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퍼지기도 했다. 다만 운정신도시가 수도권 신도시 중에선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인 데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는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이 아파트 청약이 ‘파주시민들 잔치’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GTX-A 운정역 도보 15분…운정신도시에선 황금 입지?

‘운정자이 시그니처’가 들어서는 파주 운정신도시는 서울 광화문에서 40㎞ 정도 떨어져 있는 수도권 2기신도시다. 하지만 현재 운정신도시를 지나는 전철 노선은 배차 간격이 길기로 악명 높은 경의중앙선 하나뿐이어서 교통 사정이 열악한 편이다. 운정신도시와 서울역·삼성역을 직결하는 GTX-A노선 운정역이 2024년 하반기 개통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 아파트는 GTX-A 운정역까지 직선 800여m 거리로, 걸어서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운정신도시 일대 단지 중에선 운정역과 가까운 편이다. 다만 GTX-A노선이 2024년 개통하더라도 2028년까지는 강남업무지구를 끼고 있는 서울 삼성역까지 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서울시가 삼성역 일대에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노선 중 삼성역 개통은 2028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삼성역 공사가 끝날 때까지 GTX-A는 ‘운정(파주)~서울역’ 구간과 ‘수서~동탄’ 구간으로 분리 운영될 전망이다.

단지 남쪽 운정역 주변은 상업지구다. 이 일대에 주상복합과 각종 상가가 들어서면 운정신도시 핵심 상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추후 ‘운정자이 시그니처’ 입주민들이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편의시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평면은 끝내주는데…잇단 ‘부실공사 논란’ GS건설 시공 ‘꺼림칙’

‘운정자이 시그니처’ 주택형은 74·84㎡ 중소형과 96·99·134㎡ 중대형으로 구성한다. 현행 청약제도상 전용 84㎡ 이하인 중소형의 경우 가점제 40%, 추첨제 60%로 청약 당첨자를 가린다. 중대형은 100% 추첨제를 적용한다. 무작위로 추첨하는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가점이 낮은 20~30대 젊은 층도 이 아파트 당첨을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주택 평면도를 확인한 예비청약자 사이에선 호평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74·84·96㎡ 주택형마다 A타입을 4베이 판상형으로 설계했는데, 각 침실을 최대한 넓게 구획하면서 공간마다 드레스룸이나 팬트리 등을 넣어 수납력을 키운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이런 4베이 물량이 많지는 않다. 국민평형 84㎡에선 A타입이 40가구에 그친다.

주력 주택형은 전체 가구의 22%(250가구)를 차지하는 96㎡ B타입이다. 거실과 주방 맞통풍이 어려워 수요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타워형 설계다. 거실, 주방, 드레스룸이 딸린 안방을 포함한 침실 3개, 화장실 2개 등으로 이뤄졌다. 거실은 2면에 창문을 내 채광과 조망을 극대화한 점이 눈에 띈다.

일부 예비청약자들은 이 아파트 시공을 GS건설이 맡아 다소 꺼려진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GS건설이 시공한 ‘서울역 센트럴자이’에서 아파트 외벽이 갈라지고 필로티 기둥이 파손되는 등 부실 시공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5월에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공사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앞으로 사고 방지를 위한 예산을 집중 투자해, ‘자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84㎡ 분양가 6억 안 넘어…“파주시민들만 관심 클 듯”

‘운정자이 시그니처’ 분양가는 주택형별로 ▲74㎡ 4억2010만~4억7160만원 ▲84㎡ 4억7380만~5억6100만원 ▲96㎡ 5억4010만원~6억1180만원 ▲99㎡ 5억8920만~6억1750만원 ▲134㎡ 11억3970만~11억493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최근 GTX-A노선 운정역 인근 새 아파트는 84㎡ 기준 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4월 ‘운정신도시 디에트르 더퍼스트’가 6억2200만원에 팔렸고, 5월에는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가 6억6000만원, ‘운정신도시 아이파크’가 6억93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운정자이 시그니처’ 분양가(4억7380만~5억6100만원)가 1억원 이상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 아파트에 청약 당첨되더라도 곧바로 되팔아 차익을 낼 수는 없다. 전매제한 3년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봐도 운정신도시의 입지적 한계가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에선 과천·구리·광명·안양 등 서울과 가까운 지역일수록 주거 선호도가 높고 그만큼 집값 상승 폭도 크게 나타나는데, 운정신도시처럼 서울로부터 물리적으로 너무 먼 데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지역에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때마다 집값이 분양가보다 낮아지는 현상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운정신도시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운정자이 시그니처’가 GTX-A노선 운정역 역세권이라 이 일대에선 ‘황금 입지’다보니, 파주시민들은 다들 이 아파트가 분양하기를 기다렸다” 면서도 “다만 아직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타지역 사람들이 34평 기준 6억원을 들여 섣불리 청약할 만한 유인은 마땅히 없을 거라고 본다. 그야말로 ‘파주시 지역 잔치’에 그치는 분양 단지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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