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반값이라 대충 짓는 거 아냐?" 걱정에…"백년 가는 아파트로 만들 것"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6.01 08:31 수정 2023.06.01 09:21

59㎡에 3.5억…'반값 아파트' 고덕강일 3단지 착공
헬스장·카페 등 각종 편의시설+고급 자재 마감
서울시 "브랜드 아파트 못지않은 고품격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 것”

[땅집고] 지난 5월 31일 서울시와 SH공사가 강동구 고덕강일2지구에 짓는 토지 임대부 아파트 '고덕강일3단지' 착공식 현장. /서울시


[땅집고] 지난 31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강동구에 짓는 ‘고덕강일3단지’ 착공식을 갖고 첫 삽을 떴다. 중소형인 전용 59㎡(25평) 분양가가 3억5000여만원으로 저렴해, 일찌감치 ‘반값 아파트’로 수도권 주민들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아파트다.

이날 착공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덕강일3단지는 지난 2월 청약에 2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청약했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며 “이 아파트가 백 년이 지나도 튼튼하도록 심혈을 기울여 짓고, 내부 커뮤니티 시설 등도 고급화해 천만 서울시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25평 아파트가 3.5억 ‘파격’…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땅집고] '고덕강일3단지'가 들어서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위치. /조선DB


서울 강동구 한강변 택지지구인 고덕강일2지구에 들어서는 고덕강일3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17개동, 총1305가구 규모 대단지다. 모든 주택을 침실 3개짜리 59㎡로 구성한다. 이 중 500가구에 대한 사전예약을 지난 2월 말 받았는데, 부동산 침체기인데도 평균 경쟁률이 특별공급 기준 33대 1, 일반공급은 67대 1에 달할 정도로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전용 49㎡ 59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은 6월 중에 실시될 예정이다.

인기 요인으로는 저렴한 분양가가 꼽힌다. 59㎡ 분양가가 3억5537만원이다. 소위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선 중소형 아파트가 10억원을 웃도는 단지가 수두룩한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낮은 금액에 분양한 셈이다. 실제로 이 아파트와 맞붙어 있는 ‘강동리버스트4단지’ 같은 주택형이 올해 5월 7억4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시세의 반값 수준이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가 들어설 부지 전경. /연합뉴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이런 ‘반값 아파트’ 공급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이 단지가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지어지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란 아파트를 짓는 땅은 공공이 갖고, 건물만 일반 분양하는 형태를 말한다. 고덕강일3단지의 경우 SH공사가 아파트 부지 소유권을 갖는다. 이 때문에 수분양자들은 땅을 빌리는 대가로 입주 후 매달 SH공사에 토지임대료로 40만원 정도를 납부해야 한다. 거주 기간도 40년으로 제한되는데, 재계약하면 최장 80년까지 살 수 있다. 전매제한기간 10년이 지나면 수분양자들이 건물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고덕강일3단지 청약에 신혼부부 특별공급 유형으로 당첨된 권찬미(30대·노원구)씨는 “처음에는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가 생소하고 뭔가 내 집 같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면서도 “하지만 서울시와 SH공사가 지속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 홍보하는 내용을 접하다 보니 분양 구조에 대해 납득이 갔고, 저렴한 분양가가 강점이라는 생각에 청약을 결심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고강도 콘크리트·인조 대리석으로 마감…백년이 지나도 튼튼한 아파트가 목표

고덕강일3단지 분양가가 저렴하다 보니, 그만큼 이 아파트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걱정에 대해 서울시와 SH공사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라고 해서 허투루 짓지 않고, 민간 건설사가 짓는 브랜드 아파트 못지않게 좋은 자재를 써서 고품격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 것”라고 선을 그었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준공 후 예상 모습. /SH공사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개방형 발코니, 옥상 정원, 특화 조경 시설 등으로 고덕강일3단지 입면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지하에는 피트니스 센터·카페·도서관 등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는데, 채광을 높이는 선큰(sunken) 구조로 만들어 지하 공간의 단점을 상쇄한다.

모든 주택형을 중소형인 59㎡로 구성한다. 거실·드레스룸이 딸린 안방·침실 2개·화장실 2개·드레스룸 등으로 구성하며 4베이 판상형 설계를 적용한다. 최근에는 3인 가구만 돼도 84㎡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자녀가 두 명 이상인 가구라면 집이 다소 좁다고 느낄 수 있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전용 59㎡ 주택 평면도. 침실 3개 등으로 구성하며 4베이 판상형 설계다. /SH공사


[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내외부 마감재 목록. /서울시


아파트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재도 고급화한다. 먼저 외부 자재로는 일반 콘크리트보다 최대 25% 강한 고강도 콘크리트를 써서 구조부를 짓는다. 창호는 일반 제품에서 시스템 창호로 변경했다. 시스템 창호는 문과 문틀 사이 틈으로 바깥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 단열이나 방음 성능이 뛰어난 자재다. 외벽 마감에는 수성 페인트 대신 롱브릭 벽돌을 쓰기로 했다. 일반 벽돌보다 얇고 긴 모양의 타일 형태 벽돌인데, 마감재로 사용하면 건물에서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 난다.

내부 마감재도 신경 쓴다. 거실 아트월을 일반 시트지 대신 포셀린 타일로 마감한다. 표면을 유약 처리하지 않고 구운 타일로 광택이 없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자재다. 주방에선 싱크대 쪽 벽과 아일랜드 식탁 등 가구 상판에 엔지니어드 스톤을 쓰기로 했다. 인조 대리석이지만 천연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내며, 오염과 긁힘에 강한 점이 특징이다.

이번에 고덕강일3단지가 착공하면서 앞으로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주택난을 완화할 해결책으로 떠오를지에 대한 업계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월 26일 SH공사가 개최한 ‘건물분양주택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건물분양주택이 주거 취약 계층의 주거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토지임대료를 합리적인 금액으로 책정하는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 건물분양주택이 공공의 과도한 수익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 및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장인석 토지주택연구원 기획경영연구실장은 “그동안 건물분양주택이 주택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했던 원인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이 건물분양주택을 과도하게 공급하는 경우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국민들이 건물만 거래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주택 시장 내 자본 거래의 선순환 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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