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한민국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을 두고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또 하나의 소송전을 치르게 됐다. 최 회장이 현재 SK 그룹 빌딩에서 운영 중인 아트센터 나비 측에 ‘방을 빼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법조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4일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2000년 설립한 아트센터 나비는 국내 최초의 미디어 아트 전문 미술관으로, 최 회장의 부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부인이자 노 관장의 시어머니인 박계희 여사가 운영하던 워커힐미술관이 전신이다.

현재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소재 서린빌딩 4층에 입주해 있다. 1999년 준공한 이 건물은 지하 7층~지상 36층 규모로, SK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어 사실상 SK본사로 통한다. 건물 소유주는 SK위탁관리부동산(SK리츠)인데,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빌딩을 빌린 후 아트센터 나비에 다시 임대해주는 전대차 구조다.

그런데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측에 퇴거 소송을 제기하면서 미술관이 22년여간 지켜온 둥지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 나비와의 임대차계약이 이미 2019년 종료됐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린빌딩 건물 전체를 보수 공사하고 있는데, 아트센터 나비가 입주해 있는 4층만 손대지 못하고 있어 수리를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굳이 부동산 인도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 따로 있다고 해석한다. 이혼 소송으로 인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추가 소송전이 벌어진 것이라는 시각이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노 관장에게 이혼 의사를 밝혔다. 당시 사귀는 여성이 있으며, 두 사람 사이에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최 회장의 새 반려자는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다. 최 회장은 비영리 공익법인인 티앤씨재단 설립 과정에 20억원을 투자하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건물과 부지를 170억원에 사들여 ‘제 2의 신혼집’을 신축한 뒤 인스타그램 등에 공개하기도 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17년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재판부는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665억원을 분할하고,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지만 SK주식에 대한 분할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 가운데 절반인 648만7736주(8.7%)를 분할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노 관장과 최 회장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현재 2심 소송을 치르고 있다. 노 관장은 올해 3월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두 사람의 세 자녀가 이혼 소송을 심리하는 항소심 재판부에 각각 탄원서를 제출해 화제가 됐다. 구체적인 탄원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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