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주공18단지 6억8000만원 → 4억8000만원 '2억 하락'
노원은 4주 연속 상승세인데…도봉은 집값 오히려 하락세
[땅집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도봉구간(창동역~도봉산역)에 대해 정부가 지하화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주 기준 도봉구 집값 하락폭이 서울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이 정차하는 창동과 쌍문동에서 하락 거래가 잇따랐다. 업계에서는 애초부터 주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불필요한 논쟁이 길어지면서 GTX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정부 “GTX 도봉구간 지하화 확정”에도…도봉구 집값 하락폭 커져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도봉구간(창동역~도봉산역)의 지하화 건설을 최종 확정했다.
GTX-C 노선은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에서 청량리역, 삼성역을 지나 수원시 수원역을 잇는 총 길이 74.8㎞ 노선이다. 청량리역과 삼성역 등 14개 역을 지난다. 사업비로 4조3800억원을 투입한다. 이중 도봉구간은 도봉산역에서 창동역까지 5.4㎞로 지상화 논란이 벌어졌던 구간이다. 정부는 이 구간도 지하 최대 60여m까지 땅을 파는 대심도(大深度)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창동역을 찾아 주민간담회를 갖고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적인 논의와 대통령의 결심으로 창동역 지하화를 결정했다”며 “GTX-C가 개통하면 현재 창동역에서 삼성역까지 50분 이상 걸리는 시간이 14분으로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2020년 10월 정부과천청사역부터 도봉산역까지 37.7㎞ 구간을 전체 지하터널로 건설하는 초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기존계획과 달리 지하터널 신설구간을 ‘정부과천청사역∼창동역’ 구간으로 변경고시했다. 국토부가 사업계획을 바꾼 것으로 판단한 민간사업자들은 도봉구간을 기존에 있는 지상 경원선과 공용하는 것으로 사업제안서를 냈고, 이를 국토부가 수용했다.
지하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던 철도가 갑자기 지상철로 바뀐다는 소식에 당시 주민 반발이 거세졌다. 지난해 1월 주민들은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적격성 조사를 거쳐서 최종 지하화가 확정됐다. 정부는 추가 사업비 4000억원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비용 분담 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는 GTX 호재 외에도 다양한 복합 개발이 진행 중이다. 2026년에는 창동역사 현대화 사업이 마무리된다. 창동민자역사는 지하 2층~지상 10층, 연면적 8만7293㎡ 규모 복합쇼핑몰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2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첫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 ‘서울아레나’는 올해 착공이 목표다.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로 49층 규모로 짓는 ‘씨드큐브창동’은 오는 8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GTX 지하화 확정 소식과 함께 다양한 개발이 순항 중이지만, 최근 도봉구 집값은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세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창동 지하철 1호선 창동역 인근 아파트인 ‘북한산아이파크5차’ 101㎡는 지난 3월 10억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초 8억7500만원에 팔려 약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역세권인 창동주공18단지 84㎡ 역시 지난 3월 6억8000만원에 팔렸다가 이달 중순 4억8000만원으로 2억원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살펴보면 도봉구 아파트값은 5월 넷째주 기준 -0.07%로 강북권에서 낙폭이 가장 컸고, 서울에서는 강서구(-0.07)와 함께 공동으로 하락률이 컸다. 이는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며 5월 4주간 내내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노원구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도봉구는 지난해 6월 첫째주 이후 단 한차례도 주간 변동률이 상승한 적이 없다. 부동산원은 GTX-C역이 지나는 “창동과 쌍문동 위주로 가격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 GTX-C 지상화 논란에 개통 2년 밀려…주민들 “기대감 꺾였다”
업계에선 정부가 노선 계획을 거듭 변경하면서 GTX-C 사업 속도가 지연된 것이 집값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GTX-C 지하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C노선의 민자 적격성 검토 시기가 늦어지고 착공도 연기됐다. 당초 C노선은 지난해 초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돼 연내 공사를 시작한다. 완공 시점도 기존 2026년에서 2028년으로 밀렸다.
창동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하화 확정 이후 매수 문의는 많이 늘었지만, 거래량이나 가격에 큰 변화는 없다”며 “주민 사이에선 GTX 도봉구간 지하화가 원래 계획된 일이었기 때문에 크게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GTX 도봉구간은 지상화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이미 도봉구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줬고, 주요 단지는 국민주택형도 10억원을 넘기는 등 노원구보다도 더 많이 오른 측면이 있어서 최근 정부가 9억원 이하 주택에 지원하는 특례보금자리론 혜택을 받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상 철로는 지역들이 영구 단절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난해 지상화 논란이 불거졌을 때 지역 주민 사이에선 GTX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꺾였을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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