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울렛에 갔다가, 기괴한 현장을 봤습니다.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철근이 시뻘겋게 녹슬었더라고요. 거기다가 비까지 내려서,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경기도 파주 S아울렛을 찾은 한 시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한 프리미엄 아울렛 옆에 흉물스러운 건축물이 있어 논란이다. 부식된 철근은 시뻘건 녹물을 뿜어낼 정도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십수년간 가림막 없이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왔다. 기분 좋게 아울렛을 찾은 나들이객 중 이곳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 흉물이 자리한 위치는 아울렛에서 자유로로 가는 길목에 있다. 자유로는 파주에서 서울 방면으로 이동하는 길목이어서 여길 지날 때면 피하려 해도 안 볼 수 없는 자리에 있는 셈이다.

경기도 파주시 등에 따르면 이곳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대형 사업인 ‘통일동산지구 콘도미니엄 개발사업’ 부지다. 탄현면 법흥리 1790번지 외 8필지(44만 8528.2㎡, 약 13만 5680평)에 지하 3층, 지상 5~15층 규모의 콘도 31개 동(1350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초대형 휴양시설을 짓는 사업의 시공사와 시행사로는 대림산업(현 디엘이앤씨)과 씨티원이 나섰다. 규모만큼, 사업비도 상당했다. 2006년 기준 총사업비만 무려 1조원이 넘었다.

시티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이 땅을 740억원에 매입했고, 대림산업은 시티원과 3750억원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2007년 착공해 2008년 8월 분양에 돌입했다. 그러나 2009년 3월, 당시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 경색 등으로 시행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중단 당시 공정률은 약 33%였다.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고, 먼 거리에서도 녹슨 철근이 보일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2015년 이 사업을 되살리고자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구’ 지정을 추진했다. 국내 거주자격(F-2)을 주는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를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사태로 중국인들의 국내 투자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무위에 그쳤다.

시행사와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림산업 측은 2020년 8월, 시행사인 씨티원을 상대로 4000억원대 공사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는다. 파주시와 디엘이앤씨 등에 따르면 이 소송은 소송을 제기한 지 만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 결과는 내년 초쯤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파주시는 이 현장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방치건축물 정비선도사업’ 공모를 추진했다. 정비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장기방치건축물의 철거 등이 보다 수월해져서다. 시 관계자는 “선도사업을 하게 되면 정비 계획 수립, 지구 단위 변경 검토 등을 하는 데 있어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하려면 시행사나 시공사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즉, 양측이 소송 중에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현장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다만, 소송이 마무리된다면 아파트나 다른 건축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시는 한 때 건물을 철거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공사, 시행사 관계자들이 모두 현장에 나와 있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며 “소송이 끝나는 대로 양사와 협의해 장기방치건축물 선도 사업을 추진하고, 부지 활용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대림건설에서 사명을 바꾼 디엘이앤씨 측은 향후 사업 계속 추진 여부에 대해 “소송 결과를 보고 판단할 예정이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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