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영끌족 무덤' 노원으로 다시 몰려든 2030…대체 왜?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3.05.26 07:44

노원구 집값 4주 연속 오름세…거래량 역시 증가
'재건축·30대·특례보금자리론' 합작품

[땅집고] 서울 노원구 월계동 '삼호4차' 아파트 단지에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노원구에서는 30대 매수자가 와서 특례보금자리론 끼고 재건축 호재 있는 아파트 거래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대출도 나오고 가격도 최고가 대비 수억원씩은 싸니까 ‘덤벼볼 만하다’는 거죠.” (노원구 월계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A씨)

최근 서울 노원구의 집값과 거래량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기에 ‘MZ세대의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노원구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값은 4월 넷째주부터 상승 전환해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거래량 역시 증가세다. 현지에서는 ‘재건축·30대·특례보금자리론’이 노원구 집값과 거래량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재건축 호재가 예상되는 아파트 위주로 30대 수요자가 특례보금자리론을 끼고 거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땅집고]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미륭,미성,삼호3차)' 아파트 단지 내 정밀안전진단 사업 추진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배민주 기자


■노원구,’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량 늘어

24일 찾은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각 건설사에서 재건축정비사업을 응원하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단지 입구에 걸려 있었고, 정밀안전진단 현장조사 표본세대를 모집하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월계시영 아파트는 지난 3개월간 총 29건이 거래되면서 노원구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아파트다. 안전진단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자 관심도 높다.

노원구는 월계시영을 비롯한 대다수 아파트가 준공 ‘30년’을 넘은 노후 단지여서 재건축 정비사업이 활발하다. 노원구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재건축 절차를 밟는 아파트 단지는 모두 43곳. 이 중에서도 예비안전진단 단계를 통과한 단지는 무려 31곳이나 된다. 상계주공3단지와 월계시영, 태릉우성, 하계현대우성 총 4곳이 안전진단 검사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 힘입어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도 증가세다. 지난달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은 215건으로 송파구(268건), 강동구(242건)에 이어 서울 전 지역에서 세 번째로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1월 133건, 2월 190건, 3월 189건 이후 4월에 200건을 넘기며 증가세를 나타냈다.

집값도 소폭 오르면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7% 올라 4주 연속 상승했다. 실제로 재건축 호재가 있는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이어지는 점도 눈에 띈다.

월계동 ‘월계시영’ 전용 59㎡의 경우 올해 2월 6억원에 거래되다 3월부터 7억원대로 올라 이번 달 5일에는 7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중계동 ‘중계주공8단지’ 전용 50㎡는 올해 2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이달 5억 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1억원이 올랐다. 월계시영과 같이 중계 주공8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또한 예비 안전진단 단계를 지나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앞둔 상태다.

[땅집고] 지하철역 광운대역에서 바라본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미륭,미성,삼호3차)아파트' 일대 전경./배민주 기자


■특례보금자리론 낀 30대, 주택 매수 견인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매수자 대부분이 30대로 특례보금자리론을 끼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강남권 진입은 어렵고, 서울에 아파트 1채라도 장만하려는 30대 실수요자가 ‘덤벼볼 만’ 하다고 느끼는 지역이 바로 노원구라는 것이다.

월계동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월계시영의 경우 7억원대가 대부분인데 9억원대까지 거래됐던 걸 감안하면 여전히 저렴한 편에 속한다”며 “재건축 호재까지 끼는 아파트의 경우 추후 가치 상승이 더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3만8926건 중 31%에 달하는 1만2226건이 30대 이하 매매건수로 파악됐다. 30대 이하 아파트 매매건수와 비중은 꾸준히 느는 추세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6681건 중 2313건이 30대 이하가 체결한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이하 매수자가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지역은 송파구, 그 다음이 노원구다. 30대 이하가 사들인 송파구 아파트 매매건수는 212건, 노원구가 191건으로 집계됐다.

30대 이하 젊은 층이 매수를 견인하는 까닭으로는 ‘특례보금자리론’과 ‘대출 규제 완화’가 꼽힌다.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소득을 따지지 않고 최저 3%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지 않아 연소득 기준을 따지지 않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노원구의 경우 올해 1~5월 거래된 아파트 중 93.5%가 9억원 이하로, 30대 이하 매수자가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 연구원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30대 무주택자 가구가 전체 90%가 넘는다. 이들 중 서울 입성을 노리는 수요자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같은 중저가 지역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인 9억원이 매수자가 구매를 원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다. 그 아래로 호가가 유지되는 한 거래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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