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대 건설사들, 1분기 실적 죽 쒔다…딱 '한 군데' 빼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5.26 07:31 수정 2023.05.26 09:08

'역대급 보릿고개' 10대 건설사들도 실적 휘청
매출 늘었지만 오히려 영업이익 떨어진 곳도


[땅집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최악의 실적이 우려됐던 국내 10대 건설사들이 예상대로 우울한 올해 1분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마진율이 떨어진 데다 저조한 분양 실적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올해 1분기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대부분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올랐지만, 수익성과 직결이 되는 영업이익은 되레 감소해 매출 상승률 대비 ‘바닥’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 5곳, 매출·영업이익 동반상승했지만…삼성물산 빼고는 “남는 게 없네”

[땅집고] 국내 10대 건설사의 2022년 1분기 대비 2023년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정리.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이지은 기자


10대 건설사 중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한 기업은 총 5곳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이 중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독보적인 실적을 보였다. 건설부문 영업이익 성장률이 88.3%로, 매출 상승률(52.4%)을 뛰어넘은 유일한 건설사다. 그동안 아파트 건설에만 집중하던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주택 수주 비율을 전체의 10% 미만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일찌감치 국내외 인프라·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던 덕분에 비교적 부동산 불경기 영향을 적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 공사를 독점하다시피 한 것도 호실적에 영향을 줬다.

실제로 현재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현장 목록을 보면 반도체 관련 공장 및 국내외 인프라·플랜트 건설사업이 대부분이다. 총 도급액 69조2754억원으로, ▲경기 평택 FAB 3기 신축공사 ▲강릉안인화력1·2호기 ▲UAE HVDC(초고압직류송전)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 등이다. 반면 주택 부문 도급액은 총 7조1426억원으로 앞서 건설사업 대비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4곳은 매출이 최대 50% 이상 성장했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5% 미만으로 저조해 일제히 수익성이 악화했다. 신사업을 확장하면서 매출액은 끌어올렸으나, 지난 수 년 동안 주택 사업에 집중했던 탓에 영업이익은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이 6조3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5.5%나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2% 증가에 그쳤다. GS건설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 상승률이 47.8%인데 반해 영업이익은 3.7%에 불과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942억원에서 올해 1분기 501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터지면서 관련 손실비용을 선반영한 탓에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적자였는데, 이후 영업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다만 2년 전인 2021년 1분기(1184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 하락률이 57.7%에 달한다.

■매출 올라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아파트에 몰빵했다가 낭패

나머지 5개 건설사는 매출이 증가했는데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손해를 봤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업군에서 주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과 인건비 인상 등 이중 타격을 받으니 마진율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이익이 하락한 5곳 중에서는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실적이 제일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매출이 2조363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1.9% 늘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77억원에서 551억원으로 53.2% 떨어져 거의 반토막 났다. 나머지 4개 건설사 영업이익 하락률은 20%대다.

[땅집고]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10월 전남 광양시에 분양한 '더샵광양라크포엠' 견본주택. 이 아파트는 1순위 청약 결과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자, 결국 계약자들에게 입주자모집승인 취소 및 분양 연기를 고려했다고 공지했다. /전현희 기자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전국에서 주택 경기가 최악이라고 꼽히는 대구시에 ‘더샵 달서 신트엘로’ 270가구를 분양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 청약한 사람은 24명에 그쳐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인천시에선 ‘더샵 아르테’ 총 687가구를 공급했는데 450명만 청약해 아직까지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지난 10월 전남 광양시에 분양한 ‘더샵 광양 라크포엠’은 미분양 물량이 소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예 분양을 취소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10대 건설사 실적이 1분기보다는 다소 호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수주나 신사업 분야를 개척한 데 따른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건설사마다 주택 사업을 꺼리는 분위기가 장기화하면 추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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