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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반토막에 집주인들 "멘붕"…하반기 '역전세 쓰나미' 현실화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5.24 07:31 수정 2023.05.24 08:08

2021년 '정점' 전세 가격…올해 만기 돌아와
돈 빌리고, 차용증 쓰는 집주인들
이 와중에 입주 물량 쏟아져…하반기 역전세난 '경고'

[땅집고]2020년, 2021년 부동산 호황기 최고가에 계약한 전세 만기가 도래하면서 '깡통전세'가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조선DB


[땅집고] “전세 들어온다는 사람은 끊겼는데, 만기 돌아왔으니 세입자는 돈 달라고 하잖아요.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증금은 최고가였고, 지금은 뚝뚝 떨어졌고 새 세입자 찾기도 힘들다 보니 집주인이 돌려줄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 집주인들은 돈 꾸러 다니거나, 가격 낮춰서 세입자 받은 뒤 남은 돈은 차용증 써서 갚거나 둘 중 하나예요. 완전 멘붕입니다.”(서울 강서구 화곡동 태양공인중개사무소 민복기 대표)

부동산 호황기인 2021년 최고가에 계약한 전세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작년부터 전세가격이 폭락해 이른바 ‘깡통전세’가 속출하는 가운데 계약 해지를 원하는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역전세난’의 어두운 그림자가 부동산 시장에 드리워지고 있다.

23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서울ㆍ경기ㆍ인천 지역 주택 매매 가격의 70% 이상을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한 이른바 ‘갭투자’ 건수는 8만5564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도인 2020년(3만1486건)보다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 중 자기 자본을 안 들였거나 오히려 돈을 받고 집을 산 무자본ㆍ마이너스 갭투자는 2021년 1만9293건으로 2020년(4583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땅집고]서울·경기·인천 지역 아파트와 빌라 갭투자 거래 건수 추이,/그래픽=임금진 기자


2020년 7월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받으면서 전세보증금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1년 만에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3배에 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12월까지 HUG에 가입한 보증금액은 30조원 가량이다. 계약 건수는 한달 평균 5000건으로 추산된다. 당시 임차인들이 2년이 지난 지금 모두 전세계약 해지를 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통상 집주인들은 새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주고 퇴거시킨다.

문제는 부동산 불황기가 이어지는 지금은 당시와 비교해 전셋값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년 전(2021년 4월)보다 11.8% 하락했다. 서울은 2년 전보다 9.7%씩 하락했고, 특히 강남권 전세값은 2년 전 대비 3억~4억원 하락했다. 그 외 지역은 반토막 난 곳도 수두룩하다. 현재의 전세 시세라면 운 좋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더라도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올해 공급 물량이 대폭 풀리면서 전셋값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달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2870가구로, 2021년 11월(4만7404가구) 이후 19개월 만에 최대치로 나타났다. 전월보다 1만6337가구 늘어난 수준이다. 전체 입주 물량 중 수도권이 2만4872가구, 지방이 1만7998가구로 수도권 물량이 58%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세금 보증 반환 사고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 대표는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150%에서 126%로 대폭 줄면서 그 간격을 임대인이 떠안게 됐다. 그 피해가 세입자에게 옮겨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각종 사건이 겹치면서 당분간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하며 이는 아파트 대체재 시장에 큰 타격을 미친다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1~4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은 1조830억원(HUG 집계)이다. 올 들어 4개월 만에 1조원을 돌파하면서 작년 한 해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1조1726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전세보증사고 규모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로 ‘역전세난’을 꼽으며 정책 당국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전세사기 99%가 빌라, 오피스텔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빌라ㆍ오피스텔 기피 현상은 심각해지면서 매매, 임대차 모든 분야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그나마 안전한 상품으로 여겨지는 아파트로 몰리며 상품별 양극화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축 아파트 500가구만 풀려서 전세가격이 내려도 주변 5000가구에서 역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아직 높은데 각종 이슈까지 겹치면서 역전세 이슈가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의 큰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집값이 오르기 전까지 역전세난은 막기 힘들다. 그래도 임대인들이 임차보증금을 원활하게 반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반환금 대출제도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며 “이 경우 임대인 자금 부담 줄일 수 있고 임차인도 보증금 원활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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