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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최악 세수부족에 더 꼬여…재초환법 7월 시행 '빨간불'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5.23 07:57 수정 2023.05.23 08:01

[땅집고] 재건축 대못 규제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완화하려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했던 7월 시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미 법안 통과가 이뤄져야 했지만 여야 간 이견이 컸던데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이슈가 불거지며 국회 심의가 지연됐다. 지난 22일 국회 1순위 법안 심사 사안인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이달 중 재초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야 의견 차가 여전히 높고, 올 한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세수 부족이 예상되면서 세금을 대폭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재초환 개정안 시행 여부가 더 불투명해졌단 관측이 나온다.

[땅집고]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전세사기 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하면서 5월 중에 실거주의무 완화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법 등 부동산 법안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뉴스1


■ 5월 중 재초환법 국회서 논의한다지만…다수당 야당 ‘반대’

지난 18일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국회 앞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전재연은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조합 해산을 못하고 있다”며 “부담금 완화안이 빨리 통과하지 못하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재연은 매주 국회 앞에서 시위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의 일부를 조합원에게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시행됐으나 2013년~2017년 경기 침체로 유예됐다가 지난 정부에서 재시행했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도한 세금 징수라며 반발이 잇따르자, 윤석열 정부가 법을 고쳐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의한 재초환법 개정안에는 △초과 이익 면제 금액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부과 구간도 기존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 △10년 이상 보유한 조합원 부담금 50%까지 감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초과이익 부과 개시 시점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 시점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난달 말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에 대한 첫 심의를 진행했지만, 여야간 의견이 크게 대립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현재 개정안에서 더 나아가 20년 이상 초장기 보유자에 대해 감면 혜택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 전반에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주택 등에 대한 실거주 의무 완화를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안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제도 변경에 따른 효과를 면밀히 분석한 후 이달 중 재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땅집고]지난해 2월 입주해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 초과부담금을 통보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은평구 '서해그랑블'(옛 연희빌라) 아파트. / 네이버 거리뷰


법안 통과가 불확실해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은평구 연희빌라(현 서해그랑블) 아파트 조합은 재초환법 개정이 지연되자 부담금 확정액을 통보하지 못해 조합 해산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장에서는 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의 정책 기조만을 믿고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하는 수요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 5월 이후 이달 4일까지 약 1년간 아파트 건축 연령별 거래 건수를 분석한 결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30년 초과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24%를 차지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 1년간 30년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이 20%였던 것과 비교해 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인상 등으로 거래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재초환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재건축 아파트 거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30조 세수 부족도 걸림돌…전문가들 “7월 시행은 힘들 듯”

[땅집고]서울 한남동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압구정동의 경우 노후 단지를 재건축할 경우 최고 7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했다. /조선DB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의 반대도 문제지만, 올 연말 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수 부족 우려도 재초환법 개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 재초환 완화법은 다른 민생 법안과 달리 보유한 자산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달라는 요구인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정부는 올해 최소 약 30조원의 세수 부족 사태를 인정했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규모의 세금(284조8000억원)을 걷는다고 가정해도 연말 기준 국세수입은 371조9000억원으로 정부의 세입 예산인 400조5000억원보다 28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재초환이 재시행된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 재건축 추진 84개 단지에 통보된 재건축 부담금은 총 3조1477억원 규모다. 부족한 세수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대학원 특임교수는 “현재 정부가 30조원 가까운 세수 펑크 사태에 직면한 만큼 집을 보유한 계층의 세수를 대폭 감면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최근 경제 상황이 안 좋고 전세사기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보다 심각한 부동산 문제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어 여야가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부담이 높고, 규제지역에 묶여 처분도 쉽지 않아 재초환법의 징벌적 성격이 더 뚜렷했는데, 최근엔 규제가 거의 완화해 조합원의 선택지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다수당이 현재 정부안에 반대해 재초환법이 7월 시행되기는 어려워 보이며, 통과하더라도 장기 고령자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감면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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