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반복적인 공사 소음과 진동으로 앵무새 4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면 그 책임이 건설사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최근 앵무새 사육사 A씨가 건설사들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2심 재판부 모두 건설사가 생활소음기준을 지켰고 방음벽까지 설치했기 때문에 앵무새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에서 뒤집힌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안양시청이 14차례 측정한 소음 수준이 54.0㏈~68.5㏈로 생활소음 규제기준인 70㏈ 이하였고 소음·진동을 앵무새의 이상증세나 폐사의 원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에서도 A씨가 환경오염이나 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원인자가 배상해야 한다는 환경정책기본법을 근거로 들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는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라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인 참을 한도를 넘는 지 여부”라며 “행정법규 기준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이에 형식적으로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참을 한도를 넘는 경우 위법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소음으로 관상조류 폐사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감정 내용을 참고했을 때 공사 소음이 폐사에 기여한 정도가 상당하다”며 “피고가 방음벽을 설치했으나 공사 시작 후 반년이 지난 뒤여서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A씨는 2012년부터 안양역 근처에서 앵무새를 사육·번식·판매를 하는 업장을 운영하는 앵무새 사육사다. 그러던 중 2017년 한해 동안 A씨가 키우던 앵무새 427마리가 잇달아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이 원인을 옆에 있는 신축 건물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소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장소에서 5년여 기간 동안 앵무새 사육과 부화, 판매를 해왔으나, 공사가 시작한 이후 앵무새가 죽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A씨는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안양시청에 16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하고 안양시청 앞에서 1인 시위도 나섰으나, 앵무새 폐사는 계속 이어졌다. 결국 A씨는 이듬해 건설사를 상대로 재산상 손해 2억5000여 만원, 위자료 1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현장 소음으로 키우던 동물이 죽어 배상한 판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6년 경기 의정부에서 젖소 목장을 운영하는 B씨는 건설사를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공사장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근 축사 소가 떼죽음 당하거나 육질이 떨어졌다면 건설사가 손해를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건설사는 B씨에게 7773만원을 지급해야 했다.
과거 사례가 있긴 하지만, 건설 현장에 대한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어 건설업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사회적 통념이 변하면서 경제인보다는 상대적 약자인 개인을 보호하는 쪽으로 판례 경향이 바뀌는 측면이 있다”며 “요구가 높아질수록 건설업계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전환경영향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엄격해지면 자연스럽게 비용은 높아지고 공사 기간이 늘어난다”며 “이밖에도 중대재해법도 있어 과거와 비교해 공사를 하기 점점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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