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현대건설 자(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3조5000억원 이상 높게 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목표액 증가폭만 놓고 보면 모회사인 현대건설보다 4배가량 높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매출 목표를 11 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작년 목표인 7조8억원 보다 3조5000억원(30.4%) 높은 수준이다. 반면 현대건설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29조900억원으로, 작년 목표액(28조3700억원)보다 7200억원가량 늘였다.
건설사들이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높게 설정하는 건 통상적인 일이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이 직전년도 대비 3분의 1토막 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던 상태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영업이익은 1164억7323만원으로, 전년도(3646억4938만원)와 비교해 68% 쪼그라들었다. 이는 현대건설 실적에도 악영향을 주면서 결국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하는 문책성 인사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목표액을 높게 설정한 배경으로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의 전기차 프로젝트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4월 흡수·합병한 현대엠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엠코는 현대차 공장·연구소 신축공사를 전담해 온 업체로, 현대엔지니어링이 그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게 됐다. 현대차가 신규 공장을 늘릴수록 현대엔지니어링 수주 또한 늘어나는 구조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10조5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설비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6조3000억원 규모 전기차 공장은 작년 말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 미국법인 7곳으로부터 수주한 공사만 8억2000만달러 규모다.
그룹 내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위상도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년 말 단행된 CFO 교체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작년 12월 도신규 전무를 현대차증권으로 전출시키고 현대자동차 출신 김상현 부사장을 현대엔지니어링 CFO 자리에 앉혔다. CFO 자리에 부사장 직급이 온 것은 5년 만인 데다가 현대차 재무라인의 핵심 인물을 영입한 사실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모기업인 현대건설 CFO가 전무급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엔지니어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작년 매출이 워낙 안좋아서 액수 차이가 커 보이지만, 코로나 펜데믹 등으로 시장 회복 기대감으로 인해 예년 수준으로 목표액을 높였을 뿐”이라면서 “현대차 공장에만 국한하지 않고 유럽, 동남아 등 해외플랜트나 국내 부동산 등에서도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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