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갑자기 날아온 철제 고리 때문에 자동차 전면 유리가 다 깨졌습니다. 누가 봐도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날아온 것인데, 건설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 중이라 제보합니다.”
지난달 14일 오후 자동차를 타고 동문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 파주시 ‘파주 문산역 2차 동문 디 이스트’ 아파트 현장 인근 도로를 달리던 A씨. 어디선가 갑자기 철제 고리가 날아들어, 자동차 유리 전면이 순식간에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A씨를 포함해 차에 타고 있던 3명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보상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사고 당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날아들었다고 판단해 시공사인 동문건설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시공사는 해당 철제 구조물이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
결국 A씨는 유튜브에서 교통사고 영상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문철 변호사를 찾았다. 지난 5일A씨의 사고 장면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한문철TV’에 공개되면서 네티즌 반응이 뜨겁다.
■아파트 현장 낙하물 사고…한문철 TV, 사실 관계 확인없이 건설사 압박
A씨는 “경찰에서는 아파트 현장에서 (자신들의) 낙하물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파트 측에서는 자기네 물품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 보험사에서도 아파트 측이 인정하지 않으면 규명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누가 봐도 아파트 현장에서 날아온 것인데, 자신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변호사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스타렉스는 2차로인데, 저 구조물은 3차로 뒤에서 떨어졌다”며 “반대편 차로를 지나던 스타렉스 차량이 바닥에 있던 구조물을 밟아서 튄 걸까, 아니면 위에서 떨어진 게 다시 튕긴 걸까”라고 직접적인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그는 사고를 부른 철제 고리가 아파트 현장에서 날아들었다는 전제 하에, 건설사가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한 즉석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아파트 공사업체가 쿨하게 책임져라’는 의견이 98%, ‘우리 물건 아니라고 끝까지 우겨라’는 의견이 2%였다. 이에 한 변호사는 “(동문건설에) 일주일 시간을 더 드리겠다. 다음 주까지 아파트 측이 인정하지 않으면 회사 이름을 밝혀서 한 번 더 소개할까 한다”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한 변호사의 영상에선 건설사명이나 아파트 명칭이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영상에 담긴 장면을 토대로, 사고 현장 시공사가 동문건설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문건설 “우리 현장 물품 아냐” 공식 반박…결국 ‘영상 삭제’
동문건설은 가해 기업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문건설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담당 경찰과 사고 동영상을 확인한 후 우리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는 자재라는 점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동문건설측 주장에 따르면 A씨의 자동차를 가격한 고리는 차량을 견인하거나 체인을 결박할 때 주로 사용하는 ‘체인블록 후크’이며, 파주 아파트 현장에서 전혀 쓰고 있지 않는 자재다. 유튜브 영상 및 댓글에선 현장에 설치됐던 타워크레인에서 고리가 떨어져나온 것 아니냐는 추론이 우세했는데, 문제의 고리는 이와 생김새가 다르고 크기도 5/16인치로 훨씬 작다. 더군다나 고리가 녹슨 정도를 보면 수 개월 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하자가 있는 고리는 안전 문제 때문에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쓸 수 없게 되어있다.
동문건설은 파주시 문산읍 일대가 산업단지 밀집지로 화물차 및 견인용 레커차 이동이 잦은 사실을 감안하면, 대형 차량에서 떨어진 부품이 오랜 기간 도로에 방치되다 A씨의 차량으로 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블랙박스 영상을 느린 화면으로 보면 스타렉스 차량이 지나간 뒤 바닥에 있던 고리가 아파트 방벽 방향으로 날아갔고, 이후 방향이 바뀌어 A씨 차량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11일 현재 한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에 올렸던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동문건설이 각종 근거를 들어 공식적으로 반박에 나서자 영상 게시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문건설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사고를 겪은 A씨 차량에 대해서는 일단 선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경찰과 함께 사실 관계를 확인해나가는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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