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때 서울을 대표하는 집합상가가 ‘유령상가’로 전락했다. 땅집고가 동대문 쇼핑몰, 강변 테크노마트, 용산 전자상가 등을 취재한 결과, 집합상가 공실이 쏟아지고 경매로 나온 상가 매물 감정가도 크게 떨어졌다.
동대문 상권을 대표하는 쇼핑몰인 밀리오레는 지상 7층까지 상가로 운영 중이다. 3층 위로는 공실률이 50%가 넘는다. 6층 상가의 경우, 점포 216곳 중 5곳 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나머지 15곳은 문을 열었지만 종업원이 없다.
국내 전자상가를 대표하는 강변 테크노마트와 용산 전자상가도 마찬가지다. 테크노마트 8층은 집합상가 392곳 중 150곳 이상이 공실이다. 점포 임대료는 없고, 관리비만 1구좌당 25만원 수준. 그럼에도 들어오려는 임차인은 없다. 용산 전자상가 역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공실도 크게 늘어났다. 한 빅테이터 전문기업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 153곳 중 2019년 대비 지난해 상권 매출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이 용산전자상가였다. 3년 새 매출이 무려 527억원 줄었다. 전자상가 인기가 줄면서 매출 하락폭이 컸다. 2위인 선릉역 350억, 3위 청담역 335억 감소보다 매출액 감소폭이 훨씬 컸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테마형 집합상가 상권이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업종으로 특화된 테마형 집합상가는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치명적이다. 일례로 전자제품 장사가 안 되면 업종변경을 하면 되지만, 집합상가의 업종을 바꾸려면 점주 대다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상인들끼리 이해관계가 달라 업종 변경도 쉽지 않다. 개별 층마다 점포를 수없이 쪼개 분양해 점주만 수백명이 넘기 때문이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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