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다시 인기 끌긴 힘들죠" 서울 오피스텔 시장 '역대급' 찬바람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5.06 10:08

[땅집고] “이렇게까지 매물이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보통 계약이 많이 이뤄지는 1~3월에도 매물이 적었고, 4월엔 완전 가뭄이에요. 더욱이 전세사기 사건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불안감까지 조성됐습니다. 봄이 왔는데, 오피스텔 시장엔 아직 봄이 안 왔네요.”(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땅집고] 서울시 중구 청계8가사거리 인근 오피스텔들. /김서경 기자


서울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량이 한 달 새 반토막 났다. 통상적으로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는 대학교 개강 전인 1~3월 가장 활발하고, 4월부터 비수기에 접어든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줄어도 너무 줄었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27일 기준) 서울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은 1351건이다. 전월(2236건)의 60%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4월(2691건)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계약일을 기준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월말까지 거래 건수가 조금 더 늘 수는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고금리와 전세 사기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거래량이 역대급으로 줄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땅집고] 최근 6개월간 서울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량. /김서경 기자


■전월세 거래량 ‘뚝’…오피스텔 시장 ‘찬바람’

월세 인기도 시들하다. 4월 월세 거래량은 1180건으로, 3월(2642건)의 44%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에는 이보다 2.64배 많은 3121건이 계약됐다. 1년 만에 월세 거래량이 확 쪼그라든 것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전세가격이 저렴해 2030 사회초년생 선호도가 높다. 실제로 성동구 상왕십리동 센트라스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한 단지에 있지만 가격 차이가 크다. 이 아파트 40㎡(이하 전용면적) 전세가격은 4억7000만원 부터다. 반면 오피스텔 32㎡ 전세가격은 2억7000만원 선이다. 평당 (3.3㎡) 가격은 각각 2698만원, 1218만원이다. 한 단지에 있어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비슷해도, 가격 차가 배로 난다.

[땅집고] 서울시 성동구 상왕십리역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오피스텔 매물. /김서경 기자


그런데 이러한 오피스텔 거래가 뚝 끊기면서, 실제 현장에선 냉랭한 공기가 감돌고 있다. 원룸 형태의 오피스텔이 밀집한 신설동역과 상왕십리역 인근 부동산에서는 “거래가 없어서 큰일이다”며 걱정을 쏟아냈다. 신설동역 인근 B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대면 수업 재개, 재택근무 종료 등으로 수요가 소폭 늘어난 것 같은데,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뚝 끊겼다”며 “오피스텔 이사 철인 1~3월에도 예년보다는 조용했다”고 했다.

인근 상왕십리역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성동구 C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창문에 걸린 전월세 시세는 그야말로 시세에 불과하다”며 “직방이나 다방 같은 부동산 플랫폼에 광고 올릴 매물조차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2021~2022년 서울 오피스텔 전월세 계약 중 갱신청구권 사용 건수. /김서경 기자


■오피스텔 매물 실종…전세사기 여파 ‘일파만파’

업계에선 오피스텔 거래가 뚝 끊긴 이유로 먼저 ‘매물 실종’을 꼽았다. 이사를 하지 않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임대 기간을 늘린 경우가 많았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서울 오피스텔 전월세 계약 중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비중은 9.6%로, 전년(4.24%)보다 높았다. 이 중 일부는 감액 계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는 최근 전국 오피스텔 전월세 갱신 계약 중 종전 계약보다 감액한 계약 비율이 1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액계약은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두드러졌다.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제이자 하위상품으로 아파트 전세가 영향을 강하게 받는데, 최근 아파트 전세가가 그야말로 억 소리 나게 떨어졌기 때문. 세입자로서는 중개비와 이사비용을 들이면서 옮기기보단, 떨어진 전세가를 차액으로 돌려받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동탄신도시 오피스텔 전세 사기 사건도 오피스텔 전월세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동탄에서는 오피스텔 수백채가 ‘깡통전세’였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소형 오피스텔 250여채를 사들이 A씨 부부는 세입자들에게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해 가라’는 문자를 보낸 뒤 잠적했다. 피해자들은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거나 경매를 통해 오피스텔을 낙찰받아야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금전적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로 오피스텔 시장 분위기가 냉랭한 가운데, 세입자들이 이동 필요성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한 때는 세입자들이 임대료 상승에 따라 더욱 저렴한 주거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경직돼 월세를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즉, 세입자가 주거지를 옮김으로써 얻는 이득이 적은 상황에서, 다수 빌라나 오피스텔이 위험도에 노출된 만큼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우후죽순 생긴 신축 오피스텔의 월세가 지나치게 높은 측면도 오피스텔 거래 실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오피스텔의 높은 관리비를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나 전세대출 이자, 관리비 등 주거비를 이루는 요인들이 예전보다 비싸지면서 오피스텔 대신 다른 주거형태를 선호하는 젊은 층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역 인근 오피스텔 공사 현장. /김서경 기자


업계에선 오피스텔 시장이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던 예전으로 회복하기엔 어렵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폭 풀리자 오피스텔이 누리던 상품성 또한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다. 황학동 C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곳곳에서 신축 오피스텔을 짓고, 1인 가구가 늘고 있어 계약이 꾸준히 이뤄지기야 하겠으나, 예전처럼 수익용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시대는 완전히 지났다고 본다”며 “여기에 오피스텔 전세 사기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어서 임차인은 불안하고, 임대인은 피곤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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