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524억 들었는데 하자 쏟아져…정관아쿠아드림파크, 문 닫을 수밖에 없었네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5.04 08:06 수정 2023.05.04 09:17

[땅집고] 지난해 7월 부산시 기장군 소재 실내복합수영장 '정관아쿠아드림파크'에서 침수 사고가 터져 직원들이 급하게 사고 처리에 나선 모습. /기장군의회


[땅집고] “나라에 도둑들이 너무 많네요! 담당 군수는 물론이고 설계사, 시공사 명칭도 모두 공개해야 합니다!”

지난해 총 524억원을 들여 개장했다가 침수 사고가 터지면서 두 달 만에 문을 닫았던 부산 기장군의 실내 수영장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의 부실시공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감사원이 올해 이 건물 졸속 공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면서다. 1월부터 시작한 감사원 감사는 5월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는 지난해 6월 정식 개장한 국내 최대 규모 실내복합수영장이다.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1만1567㎡로 ▲50m 3레인 ▲25m 19레인, ▲유아풀 5레인 등 총 27개 레인을 갖췄다. 이 시설을 짓는데 든 총 사업비는 524억원. 2010년부터 2022년까지 3선을 연임한 오규석 전 기장군수 재임 기간에 기장군이 전액 군비로 충당했다. 군 단위 지자체에서 짓는 시설 중에서는 ‘초호화 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땅집고]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한 실내복합수영장 '정관아쿠아드림파크' 건물 외관. /기장군


그런데 개장 직후 건물 곳곳에서 문제가 줄줄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여름 에어컨이 고장 나 탈의실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신발장·물품보관소 등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등 각종 하자가 끊이지 않았던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장 두 달 만인 지난해 8월에는 기계실까지 침수됐다. 물이 90cm 높이로 차오르면서, 결국 기장군이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를 잠정 폐쇄하는 조치를 내렸다.

기장군이 누수사고에 대한 원인조사 자문용역을 실시한 결과,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문제가 6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오류·준공도면 확인 미흡 14건 ▲시공 오류·안전시공 미흡·준공전 유지관리 교육전수 미흡 30건 ▲총괄책임 감리감독 미흡·준공전 유지관리 교육감독 미흡·운영관리 미흡 19건 등이다.

이에 기장군의회는 감사원에 이 시설을 공익 감사해달라고 청구했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감사원 조사에선 추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당초 야외수영장을 빙상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했으나 무용지물로 방치된 3억원짜리 고압가스 제조시설, 건물 옥상에 6억원을 들여 조성한 장미정원에서 발생한 누수 등이다.

[땅집고] 지난해 7월 '정관아쿠아드림파크' 기계실에 물이 들어찬 모습. /기장군


기장군의회에선 524억원짜리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가 부실 시공됐던 중대한 원인 중 하나로 오규석 전 기장군수의 강압적인 지시를 들고 있다. 2021년 6월 29일 열린 기장군의회 본회의에서 오 전 군수가 본인 임기 내 시설을 개장하기 위해 ‘완공과 동시에 빠른 시일 내에 개장이 가능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관리카드가 공개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감사원이 지적한 옥상 장미정원의 경우, 개장 2~3개월을 앞두고 오 전 군수의 긴급 지시에 따라 급하게 설계를 변경해 조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기술적 검토나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되는 바람에 부실시공이 터졌다고 보고 있다.

[땅집고] 지난해 5월 개장했다 두 달만에 문을 닫은 '정관아쿠아드림파크'는 올해 7월 재개장할 예정이다. /기장군


기장군은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 재개장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침수 피해를 겪은 기계·전기실에 대한 보수 공사 계약을 체결해, 6월 둘째 주쯤 완공할 예정이다. 이후 성능 및 기능검사에 이어 시운전을 거친다. 그러면 전면 폐쇄했던 건물을 이르면 올해 7월 1일 개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설이 문을 닫은 지 약 1년여 만에 재개장하는 셈이다.

다만 옥상 장미정원에 대해서는 기장군과 감사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기장군은 자체 실시한 정밀진단 결과 장미정원이 옥상 하중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감사원은 이 시설이 준공 1~2달 전 급하게 조성된 만큼 건물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아직 옥상 장미정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곳을 하자로 볼지, 수리 후 이용해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감사원 의견에 따라 처분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오규석 전 군수 지시로 '정관아쿠아드림파크' 준공 직전 추가된 옥상 장미정원 모습. 현재 감사원은 이 장미정원에 대한 부실 시공 여부를 감사 중이다. /기장군


만약 장미정원을 철거하는 경우 추가로 8억원 정도가 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비가 6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설이 본전도 못 찾고 사라지는 바람에 혈세 14억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앞서 기계실 및 침수장비 피해 금액은 2억5742만원 정도며, 부실 공사로 기장군이 떠안는 적자가 연간 41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앞으로 기장군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 부실시공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오 전 군수에 대한 처분 등도 결정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혈세를 500억원 넘게 들여놓고 이게 무슨 짓인지 기가 찬다”, “전임 군수부터 말단 직원까지 전부 조사해서 처벌해 주길 바란다. 감리, 설계, 건설사도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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