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실시공 논란 와중에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GS건설, 타격 불가피?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5.02 18:39 수정 2023.05.02 20:13

[땅집고] 지난 29일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은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가 붕괴된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살다 살다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아파트는 처음 봅니다”, “이 아파트에 무서워서 어떻게 사나요, 살다가 무너지면….”

지난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내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주차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총 964가구 규모 ‘검단신도시 안단테’(AA13-2블록)에서 일어난 사고다. 시공은 국내 5위 건설사인 GS건설이 지분 40%를 갖는 컨소시엄(GS·동부·대보건설)이 맡아, 붕괴에 대한 책임 역시 컨소시엄 시공단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태로 브랜드 가치 및 국민 신뢰 등을 회복하느라 큰 홍역을 겪었는데, GS건설 역시 이번 붕괴 사고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하주차장 1~2층 천장 ‘와르르’…보 없는 ‘무량판 구조’

2021년 분양한 ‘검단신도시 안단테’는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최고 분양가가 4억2000만원 정도로 저렴해, 분양 당시 평균 청약 경쟁률이 42대 1 수준으로 높았다. 현재 공정률은 67%로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골조 공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였다.

[땅집고] 지난 29일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 중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부분이 대부분 무너져내린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지난 29일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지하 1·2층 지붕 격인 상부 슬래브 총 970㎡가 붕괴했다. 무너져 내린 지하주차장 상부가 보행로 및 어린이놀이터로 이용될 예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입주 후가 아닌 게 천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근로자의 날을 낀 연휴 기간인 데다 늦은 밤 시간대여서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붕괴한 지하주차장 슬래브 대부분은 ‘무량판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량판이란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 기둥인 ‘보’ 없이, 평평한 슬래브를 수직 기둥이 바로 지탱하도록 연결한 구조를 말한다. 사고 당일 오전 지하주차장 상부에 흙을 붓는 성토 작업이 진행된 점을 고려할 때, 슬래브가 성토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추측된다.

■원희룡 “LH·GS건설 책임져야”, 유정복 시장 “인천시 모든 GS건설 현장 조사”

LH에 따르면 GS건설 컨소시엄은 이 아파트를 ‘시공책임형 CM방식’으로 수주했다. 시공책임형이란 설계-시공 분리입찰로 진행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고 공사비 상한 내에서 책임 공사를 수주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만큼 시공단이 이번 붕괴사고에 대해 짊어져야 할 무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지난해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았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이 무너져 내린 이후 아파트 시공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커진 상황이라, 이번 사고에 대한 건설업계 및 주택 수요자들 주목이 한꺼번에 쏠리고 있다.

[땅집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붕괴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먼저 정부가 국민들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2일 현장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전을 위해 LH에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과 관계 전문가 정밀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발주청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유정복 인천시장 역시 현장을 찾아 “인천시 내 모든 GS건설 사업장에 대해 전면조사를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인천시는 주택정책과를 통해 인천 시내 GS건설 사업장 총 5곳에 대해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장에선 시공에 앞서 아파트 구조설계 자체에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면 붕괴된 부분에 보강 철근이 누락되는 등이다. 이런 경우 발주처인 LH를 비롯해 LH가 직접 계약한 구조설계 업체 ‘형상엔지니어링’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GS건설 측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컨소시엄 시공단은 구조설계사가 제시한 원설계안에 대해 검토 의견을 낼 수는 있어도, 설계안 자체를 틀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만큼 설계 단계에서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GS건설 브랜드 이미지 추락하나…사고 원인 나와야 재시공 범위 등 정할 듯

[땅집고] 올해 3월 GS건설이 시공했던 서울 중구 '서울역 센트럴자이' 아파트 내 한 건물의 기둥 외벽 일부가 떨어져나온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다만 이번 사고로 ‘자이’ 브랜드를 필두로 주택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GS건설의 신뢰도에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월 GS건설이 시공한 ‘서울역 센트럴자이’에서 아파트 외벽이 갈라지고 필로티 기둥이 파손되는 등 부실시공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터진 붕괴사고여서 더 큰 충격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직후 ‘검단신도시 안단테’ 입주예정자들은 물론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마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았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GS건설이 이 기대를 저버렸다. 너무 실망스럽다”, “입주 전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지하주차장 위 놀이터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붕괴로 큰일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지하주차장 말고 주택 부분도 무너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화정 아이파크’처럼 전면 재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 LH는 ‘검단신도시 안단테’ 현장에 대한 ‘합동 사고수습 대책반’을 구성해 즉시 가동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토부 협조 하에 ‘건설사고 조사위원회’도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일단 사고 원인이 규명돼야 발주처가 GS건설 컨소시엄에게 재시공 범위 산정이나 불이익 조치 등 후속 단계를 밟을 수 있다. 현재는 원인 파악 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입주예정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고 원인, 조사 과정, 복구 계획 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 소통할 것이다. 앞으로 시공사와 적극 협조해 피해복구 및 입주민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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