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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물량 바로 동났죠" 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지정에 모처럼 '방긋'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05.02 07:30
[땅집고] 대전 유성구 '포레나 대전학하' 견본주택. 외벽에 100% 분양 완료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 “아파트가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당초 예비청약자를 유인하기 위해 중도금 대출 무이자와 같은 혜택을 마련했다. 하지만 3월 중순 산업단지 위치가 발표가 난 주 주말 전 물량이 다 소진됐다. 872가구 중 계약 해지 물량이 두 건 나왔는데 물량이 나오자마자 바로 동이 났다.”(포레나 대전학하 분양관계자 A씨)

정부가 지난 3월 대전 유성구 서남부 외곽 지역인 교촌동 일대를 나노·반도체 우주항공분야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 2월까지 쌓였던 후보지 일대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순식간에 소진된 것. 현지에서는 산업단지 유치로 인해 일자리 및 인구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그간 누적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땅집고] 대전 첨단국가산업단지 위치. /국토교통부


지난해 11월 1754가구를 분양한 ‘포레나 대전학하’는 일반분양 당시 1순위 마감에 실패했지만 국가산단 발표 바로 다음 날 40건이 계약됐고, 주말 동안 마지막 잔여 물량마저 모두 완판됐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대전 유성구 용계동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1375가구)도 국가산단 유치 발표 이후 계약자들이 몰리면서 미분양 물량을 모두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대전지역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축 수요에 대한 기대감 또한 미분양 해소에 한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대전의 강남이라 불리는 서구 둔산동 일대는 1985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에 다다랐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재건축 움직임이 시들한데다, 특히 올해 대전 입주물량은 3787 가구에 그쳐 적정수요인 7337가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 대전 아파트값도 지난 2월을 기준으로 소폭 반등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전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는 131.9로 전 달 대비 0.62% 상승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하락세였는데 7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실거래가격지수는 실제 거래돼 신고된 사례를 집계해 가격수준과 변동률을 분석해 만든 지수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늘고 미분양 가구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대전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16건이었는데 올해 3월 1001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미분양 가구 수도 지난해 12월 3239가구에서 올해 1월 3025가구, 2월 2698가구로 줄었다.

다만 분양권에 웃돈이 크게 붙어 거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일부터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전매 제한 기간이 6개월로 줄어든 만큼 오는 5월부터 대전 학하포레나와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는 전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분양가에 웃돈이 붙으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 전용 84㎡ 분양가가 5억7060만원~6억7540만원으로 현재 도안동 트리풀시티레이크포레(2021년 입주)가 6억9000만~7억원 수준인데 2000만~3000만원 정도밖에 시세가 차이나지 않는다. 분양관계자는 “최근 분양한 단지들과 비슷한 입지에 있는 아파트와 시세가 비슷해 분양권에 웃돈이 붙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대전시 집값이 전반적으로 반등해야 이 단지 분양권에도 웃돈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발표만으로 대전시 시장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은 아직 청사진만 제시한 수준으로 어떤 기업이 들어올지에 대한 내용이 구체화돼야 부동산 수요도 예측할 수 있다”며 “산업 단지 조성보다도 대기업 유치 등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분양시장뿐 아니라 기축 아파트 시장의 수요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어떤 기업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아파트 수요가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포레나 대전학하 분양 관계자는 “나노·우주·반도체 등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오면 젊은 연구원들이 유입할 가능성이 높아 제조업·중공업 등의 산업에 비해 인구 유입이 적다”며 “때문에 1~2인 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일부 주택형에 한해 수요가 늘고 중대형 수요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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