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바람 불면 엘리베이터 멈추고, 주차장엔 물이 '줄줄'…해운대 엘시티, 하자 '심각'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5.02 07:25
[땅집고] 올 2월 초 부산 해운대 '엘시티' 판매시설 주차장에 물이 고여 있다. 이중벽으로 돼있는 구간으로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독자 제공


[땅집고] 부산 해운대의 지상 101층 랜드마크 주상복합인 ‘엘시티’가 입주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중대 하자가 여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주차장에 물이 새 입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준공 후에도 2400억원 규모 추가 공사비 청구 소송을 벌이면서도 하자 문제에는 돈을 아끼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은 “추가 공사비 소송과는 별개로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하자 보수 의무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엘시티는 최고 411.6m로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 다음으로 국내에서 높은 건물이다. 2019년 11월 준공했고 아파트(해운대엘시티더샵)가 있는 주거동, 레지던스와 호텔이 있는 랜드마크타워, 상업시설(엘시티더몰)이 있는 포디움동 등 4개동으로 이뤄졌다. 101층 랜드마크타워는 1~19층에 롯데시그니엘호텔, 22~94층에 레지던스(엘시티레지던스), 98~101층은 전망대(엑스더스카이)가 있다.

[땅집고] 지상 101층 주상복합 건물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지상 84층 아파트(882가구) 2개 동과 지상 101층 랜드마크타워가 있다. 아파트와 랜드마크타워 사이에는 상업시설과 워터파크도 있다. /조선DB


■레지던스, 1년째 하자보수 소송 중…“상가는 태풍 오면 안전 우려”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엘시티레지던스 관리단은 작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하자보수 처리 및 하자보수보증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년여가 지난 현재는 하자 242건에 대한 감정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용부(186건) 감정조사는 끝났고, 전유부(60건)는 다음 달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더몰에서도 하자가 잇따르고 있다. 입주 3년차인데 작년 11월 말 포스코건설에 접수한 하자만 500건에 육박한다. 5개월이 넘도록 아직 보수 작업을 끝내지 못했을 정도다. 엘시티더몰은 입주한 2020년부터 매년 하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엘시티더몰 관계자는 “작년 11월 하자 보수 요청 이후 5개월 동안 사소한 하자 중심으로 20% 정도 보수가 끝났지만 주차장과 커튼월 누수, 조경 등 중대 하자는 전혀 보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태풍이 올 때마다 상업시설에서 부실시공한 부자재가 날아다니며 엘시티와 주변 건물 유리창을 박살 낸 전력이 많다. 2020년 태풍 ‘마이삭’ 때는 캐노피(덮개지붕)와 부자재인 메탈 패널이 바람에 날리며 엘시티 내 모든 동 유리 100여장을 깨트리는 대형 사고가 났다. 엘시티더몰 관계자는 “마이삭 때는 탈락한 부자재만 보완했고 버틴 부분은 다시 점검하지도 않았다”며 “강한 태풍이 오면 또 다른 부실 시공 부자재가 바람에 날려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땅집고] 올 2월 초 '엘시티' 레지던스 엘리베이터 앞에 포스코건설이 설치한 스크린도어. '연돌현상'을 막기 위해 설치했으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한다. /독자 제공


■3년째 바람만 불면 멈추는 엘리베이터

가장 심각한 하자는 이른바 ‘연돌 현상’이다. 엘시티 아파트ㆍ레지던스ㆍ상가는 이 문제에 대해 각각 포스코건설측과 개별 협상에 나서고 있다. 연돌 현상은 외부 찬 공기가 엘리베이터 등 실내 통로를 타고 치솟으며 압력을 발생시켜 엘리베이터 문을 바깥으로 밀어내 고장을 일으킨다. 고층 빌딩에서는 흔한 하자로 불린다.

포스코건설 측은 2021년 1월 주거동 3층과 랜드마크타워 3·7 층에 각각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공기 흐름을 차단해 연돌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해운대엘시티더샵 주민이 2020년 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포감과 불편을 호소하자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아파트 모든 층에 스크린도어 설치를 약속하고, 비용은 시행사에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스크린도어 설치 후에도 바람이 강한 날이면 엘리베이터 가동 중단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 레지던스 입주민 A씨는 “올 2월에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면서 “3층에서 7층을 눌렀는데 운행하지 않아 엘리베이터 관리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레지던스나 상가는 아직 추가 조치가 없다. 저층부인 상가동 역시 연돌 현상으로 출입구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연돌현상이 아무리 흔한 하자라고 해도 수시로 엘리베이터가 멈출 정도로 심각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반응이다. 시행사 측은 연돌현상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을 때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인데, 설계와 시공만 잘했어도 하자로 이어질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뮬레이션을 했는데도 연돌현상이 발생했다면 시공사가 기밀 시공에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포스코건설은 절차에 따라 하자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레지던스, 상가 각각의 주체와 협의해 하자보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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