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달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동안 전세보증금과 집값이 같은 주택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던 점을 악용해 전세 사기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가입 조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란 전세계약이 끝날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책임지는 보증상품을 말한다. 전세보증금 기준은 수도권 7억원 이하, 비수도권 5억원 이하 주택이 보증 대상이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100% 이하에서 90% 이하로 강화한다고 1일 밝혔다.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 적용 비율도 지난해 150%에서 올해 140%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 × 전세가율 90%)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새 기준은 5월 1일부터 신청하는 신규 보증에 적용한다. 갱신보증은 내년 1월 1일 신청분부터 적용한다.
감정평가 적용방식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신규·갱신보증 신청 시 주택 감정평가금액을 최우선으로 적용했다. 이제는 KB시세나 부동산테크, 공시가격 등이 없어야만 후순위로 감정평가금액을 적용하도록 한다.
연립·다세대주택이 경우 그동안 감정평가금액의 100%를 주택가격으로 인정해줬지만, 이 기준을 90%로 낮추기로 했다.
감정평가 유효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단독·다가구·다중 주택가격을 산정할 때라면 공시가격의 140%를 매매가보다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 말까지 신청 접수된 건에 대해서는 당초 공시가격의 150%가 적용된 만큼 갱신 때도 공시가격의 150%를 적용한다.
이번 조치에 따라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진 데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가입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소재 한 다세대주택 전용 23.2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2억2400만원에서 올해 2억1500만원으로 900만원 낮아졌다. 새 기준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의 경우 집주인이 이 주택 전세보증금을 공시가격의 150%에 해당하는 3억3600만원까지 책정해도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변경된 방식을 적용하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이 주택 최대 보증금은 공시가격의 126%인 2억7090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같은 집인데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상한이 6500만원 넘게 낮아지는 것이다.
이에 전셋값이 낮아져 보증금을 제 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HUG 관계자는 “기존 주택가격 산정기준이 전세사기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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