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급매 다 팔려뿔고 손님 뚝 끊겼지요"…'부촌도 흔들' 위기의 부산

뉴스 부산=김서경 기자
입력 2023.05.01 09:29 수정 2023.05.01 11:10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서울·수도권 주택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지방 시장은 여전히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땅집고가 위기에 처한 지방 도시 부동산 시장을 돌아봤다.

[땅집고] “부산 부동산 경기요? 작년에 ‘10년 중에 최악이다’ 싶을 정도였는데, 올해도 비슷합니데이. ‘부산의 압구정’도 급매 싹 팔리고 나니까, 손님이 뚝 끊겼어예. 한때는 서울에서도 집 보러 내려왔는데, 요즘엔 투자 수요도 고마 죽었다 아입니까.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부산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 명지국제신도시나 구 도심은 물론, 부산의 강남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도 하락 거래가 나온다. ‘부산의 압구정’으로 불린 수영구 삼익비치 아파트도 최근 거래가 많이 이뤄졌지만 대부분 ‘급매물 소진’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부동산 거래 현장에선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반응이다.

[땅집고]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너머로 광안리 바닷가와 광안대교가 보인다. /김서경 기자


■삼익비치 거래량 급증?…“분담금 못내, 급매로 처분”

지난 28일 오전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남천2구역)’ 아파트를 찾았다. 이 곳은 광안리 해수욕장 ‘바다 뷰’와 광안대교를 코앞에 둔 부산 최고 입지로 유명하다. 현지에선 ‘서울에 압구정현대가 있다면 부산엔 삼익비치가 있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한때는 서울·대구 등지에 온 외지인이 줄을 서기도 했다. 60㎡(이하 전용면적)는 한때 13억원도 넘봤다.

작년 9월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호가가 치솟은 데다 고금리로 인해 거래가 뚝 끊겼는데 올해 초 갑자기 삼익비치 거래 건수가 증가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올 1분기 거래량이 73건을 기록한 것. 이는 삼익비치의 지난 2년치 거래 건수(2021년 54건, 2022년 49건)를 추월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 부동산 시장에서 회복 신호가 나타난 걸까. 현장에선 “절대 아니다”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남천2구역재건축조합’이 예상 조합원 분양가와 분담금을 공개한 뒤 높은 분담금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급매를 줄줄이 내놨는데, 이 물건들이 모두 팔렸다는 것이다.

남천동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감정평가 후 급매물이 늘었는데 거의 다 팔렸다”며 “현재 급매 말고는 매수 수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아파트 조합원 분양가는 3.3㎡(1평)당 약 4500만원, 일반 분양가는 3.3㎡당 4900만원 선이다. 이른바 ‘국민평형’인 84㎡를 보유한 조합원이 같은 주택형으로 옮기려면 약 6억780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 삼익비치는 부동산이 호황일 때 감정평가를 진행해, 평가액과 분담금이 현 시세에 비해 높은 편이다.

[땅집고]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위치한 '해운대아이파크' 아파트 입구. /김서경 기자.


■마린시티·명지신도시 모두 ‘억’단위 하락

부산의 강남으로 꼽히는 마린시티 역시 급매물만 간간이 팔리는 분위기다. 부촌마저 ‘부동산 혹한기’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마린시티는 센텀시티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지다.

지난달 31일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자이’ 84㎡(12층)는 11억원에 손바뀜했다. 이 주택형은 2021년 8월 18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보다 39% 떨어진 것.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급매물인데다, 저층이라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했다.

신흥 주거지인 명지국제신도시에서는 아파트 값이 50% 넘게 하락했다. 강서구 명지동 '대방노블랜드오션뷰2차' 84㎡는 이달 4억8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는 최고가(11억원) 보다 56% 넘게 빠진 가격이다.

부산 구도심인 남구 대연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연힐스테이트푸르지오’ 84㎡는 고점(11억1000만원)보다 44% 하락한 6억1500만원에 손바뀜했다.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거래한 아파트 가격은 거품이었다”며 “2019년 11월 부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졌을 때 거래가 대폭 늘었던 것처럼, 앞으로 거품이 빠지고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트럼프월드센텀 아파트' 1차 맞은편에 있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김서경 기자


■이달엔 70억에 팔린 아파트도 나와…양극화 뚜렷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 219㎡는 이달 초 70억원에 팔리며 현지 부동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6년 7월 신고가인 26억420만원에서 7년 만에 44억원 뛴 것이다. 해운대구 센텀시티 대표 단지인 ‘대우트럼프월드센텀 1차’ 108㎡는 지난달 15억8000만원(22층)에 팔렸으나, 한 달만에 1억3000만원 오른 17억1000만원(18층)에 계약서를 썼다. 이 아파트는 부산 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역,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까지 비가 와도 우산 없이 갈 수 있다. 부산 최대 전시장인 ‘벡스코’와 영화의전당, 홈플러스도 도보권이다.

현지에서는 센텀시티가 탄탄한 인프라 덕분에 가격을 방어하고 있다고 본다. 우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센텀시티는 백화점, 마트, 산, 강, 바다를 모두 5분이면 갈 수 있다”며 “한국에서 이런 입지를 가진 곳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좋은 입지에는 수요가 몰리고 비 인기지역에서는 집을 지어봤자 미분양만 쌓이고 있다는 것.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부산의 미분양은 2526가구,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828가구다. /부산=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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