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건 꼭 확인해라"…변호사가 알려주는 '전세사기 예방법' 6가지

뉴스 글=박상수 법조윤리협의회 사무총장(법률사무소선율 변호사)
입력 2023.04.27 16:34 수정 2023.04.27 17:26

[땅집고]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및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대책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땅집고] 최근 전국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전세사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피해자 상당수가 20~30대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전재산이나 다름 없는 전세금을 한순간 잃게 된 피해자들의 상실감과 경제적 타격은 실로 헤아리기 힘들다. 실제로 인천시에선 전세 사기를 당한 청년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전셋집을 구하는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전세는 ‘내가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에 대한 이자를 받는 대신 전셋집에 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담보가 되는 것이 전셋집이며, 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셋집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보장받는 구조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 담보물(전셋집)에 나보다 더 앞서는 선순위 우선변제권자가 있는지 따져본 뒤에 집주인에게 돈(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담보의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아무리 전세금이 저렴하더라도 냉큼 돈을 건네선 안된다.

다시 말해 집주인에게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 수백억원을 빌려주는 것이 전세다. 통상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할 때 이 점을 간과하기 때문에 전세 사기범들의 타깃이 되곤 한다. 주변보다 전셋값이 싸다고, 겉보기에 멀쩡해 보인다고 계약을 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누군가에게 거액을 빌려준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저것 꼼꼼하게 살피고 따져볼 것이다. 전셋집을 알아볼 때 임차인은 해당 물건이 안전한지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에 전세 사기를 피할 수 있는 6가지 수칙을 정리해 소개한다.

1.‘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물건’은 피하라

같은 크기의 집 여러 채로 한 단지를 구성하는 아파트의 경우 비교적 시세가 명확한 편이다. 이 때문에 담보가치에 대한 평가도 확실하고, 전세가율도 정확히 알 수 있다. 통상 적정 전세가율은 50~60%로 본다. 그런데 주택 시세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 전세가율 계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거래가 거의 없는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들이 이런 점에서 위험한 것이다.

특히 감정평가사의 감평으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내세우는 주택을 조심해야 한다. 감평가는 상당한 진폭이 있기 때문에, 감정평가사가 가격을 집주인에게 유리하도록 높게 평가하는 경우 세입자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나홀로 아파트, 빌라, 다가구 주택은 웬만하면 월세로 사는게 전세 사기 리스크를 낮추는 길이다.

2.등기부 갑구상 ‘부동산 신탁회사’가 집주인이면 경계하라

[땅집고] 한 주택 등기부등본상 갑구에 주택 소유권이 부동산신탁회사로 이전돼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기부등본상 해당 물건의 소유권, 즉 실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갑구에 주택 소유자가 부동산 신탁회사인 경우가 있다. 이 점에 대해 세입자가 궁금해하면,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가 ‘신탁을 풀어줄 예정이니 걱정말라’며 전세 계약을 유도한다. 하지만 신탁회사의 동의가 없는 전세 계약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무턱대고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건넸다간 돈을 못돌려받게 된다. 이것이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전세 사기 사건의 핵심이다.

특히 신축빌라마다 이 같은 형태의 전세 사기가 빈번하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신탁회사가 바지사장인 명목상 주택 소유자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빌라 신축과 관련한 무수히 많은 선순위 근저당권자들이 세입자보다 상위 순번으로 을구(등기부등본상 근저당, 전세권, 가압류 등 소유권 이외의 각종 권리사항을 표시)를 채운다. 이 경우 대부분 채무가 초과돼 전셋집이 경매에서 낙찰된다 하더라도 세입자가 자신의 전세금을 한 푼도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3.계약시 ‘깨끗한 을구’를 보고 안심하지 마라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민등록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두 개를 가지고 채권자인 임차인에게 물권적 지위, 즉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대부분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하자마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꼭 챙기는 추세다.

다만 확정일자의 효력이 ‘전입신고 다음날’인 것을 아는 사람은 비교적 많지 않다. 이 점 때문에 집주인이 사기를 치려고 마음을 먹은 경우, 전입신고 당일에 임차인보다 앞서는 선순위 근저당을 전셋집에 설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특약으로 등기부등본상 을구를 깨끗이 하거나, 더 추가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설정해야 한다. 혹은 세입자 스스로 확정일자 다음날 등기부등본을 한 번 더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또 확정일자를 받는 날, 은행 마감 시간 이후에 등기부등본을 재차 확인한 다음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송금하는 것도 방법이다.

4.집주인이 체납한 ‘국세와 지방세’를 확인하라

‘집주인이 세금을 안 내봐야 얼마나 밀렸겠나’ 생각하겠지만, 때때로 일부 집주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전셋집 가격보다 더 많은 액수의 세금이 밀려있기도 하다. 이렇게 체납된 세금은 모든 선순위 근저당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임차보증금보다 앞서는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집주인이 체납하고 있는 세금은 등기부등본에도 표시되지 않는다. 물론 임차인이 전셋집 계약 전 집주인에게 국세와 지방세 납입 증명서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채권자인데도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세금 납부 증명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때는 전셋집이 남아도는 시기 밖에 없으니, 참으로 어불성설인 셈이다.

5.‘전세보증보험’을 꼭 들어라

[땅집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 제도 개요. /이지은 기자


임차인이 자신의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바로 ‘전세보증보험’이다. 보증금 전액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 금액을 이 보증보험을 통해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전셋집을 구했다면 전세보증보험에 꼭 가입하기를 권한다. 만약 전세보증보험을 적용할 수 없는 집이라면 입주를 피해야 한다.

이때 집주인이 ‘내 동의가 있어야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식으로 우기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정책상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때 집주인에게 통지만 되는 것이지, 별도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6.등기부등본은 ‘말소 내역’까지 확인하라

등기부등본은 현재 유효한 사항만 나오는 것과, 말소 내역까지 기재되는 것 두 가지를 발급받아 볼 수 있다. 전셋집 등기부등본을 뗄 때는 말소 내역까지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동안 집에 ‘압류’가 많았거나, ‘임차권등기’가 있었던 등기부등본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먼저 임차권등기가 기재됐던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탓에 세입자가 법원을 찾아 임차권등기까지 받은 경우다. 즉 이 전셋집에서 나갈 때 분쟁의 소지가 클 수도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셈이다. 이어 압류 역시 집주인이 금전적 위기를 겪었음을 보여주는 항목이다. 수억원에 달하는 내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빌려줄만한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부동산과 관련해 이 정도 법률 교육은 중·고등학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과정에선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전세 사기에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유독 많이 걸려드는 것이다. 앞으로는 채권자인 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좀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박상수 법조윤리협회의 사무총장(법률사무소선율 변호사).


/글=박상수 법조윤리협의회 사무총장(법률사무소선율 변호사),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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