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4억 손해? 그래도 여기 뜰래"…이 와중에 영종도 곳곳이 아파트 공사판

뉴스 영종도=배민주 기자
입력 2023.04.26 13:59
[땅집고]영종하늘도시 내 중산동에 아파트를 새로 짓고 있는 건설 현장. 2024년 5월 준공되면 총 93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25일 인천광역시 중구 중산동 일대에 조성 중인 영종하늘도시로 향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영종역에 내려 다시 버스로 25분 정도 이동하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12월 0.1대1이라는 최악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곳곳에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평일 낮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사에 빨간 글씨로 ‘소음 진동 분진 생존권을 보장하라!’,’그동안은 참고 살았다. 더 이상은 못살겠다!’는 문구를 쓴 플래카드가 단지 곳곳에 걸려 있었다.

[땅집고] 영종하늘도시 A25블럭에서도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배민주 기자


하늘도시개발사업 대상지인 운남동의 ‘영종하늘도시 A25블록’ 곳곳에도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앞으로 3년간 인천 중구에 공급될 아파트는 7593가구, 내년 공급 물량만 따져봐도 3430가구 규모다. 5km 반경 내에 편의점, 병원 하나 없는 허허벌판 위에 아파트만 잔뜩 들어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곳은 영종도 내에서도 외곽에 있어 생활 편의시설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인 롯데마트 영종도점이 5km 넘게 떨어져 있는데, 차로 10여분 이동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응급실이 있는 종합 병원도 갖추지 못했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 병원에 도착하려면 최소 25km를 달려 섬을 벗어나야 해 ‘병원 불모지’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지난해 연말 영종도 내 국립대병원 분원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예산으로 책정된 13억원은 결국 국회 예결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갔다.

[땅집고] 영종하늘도시 일대 모습. 향후 3년간 이곳에 총 759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배민주 기자


■영종하늘도시 아파트값 1년 새 3억 하락

이 같은 불모지에도 ‘묻지마 투자’가 횡행했던 부동산 호황기 때만해도 영종하늘도시 일대 아파트 값은 급격히 상승했다. 한때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렸던 이곳 일대는 청라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제 3연륙교 착공 소식을 비롯한 각종 교통 호재와 산업단지 등 인프라 개발 호재 소식이 발표되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중구 운남동 ‘영종자이’ 168㎡(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3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중산동 ‘e편한세상영종국제도시오션하임’ 85㎡이 7억100만원에 거래되며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하지만 1년 정도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영종자이 168㎡는 최고가 대비 3억1000만원이 하락해 올해 1월 5억4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소폭 상승해 이달 19일 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e편한세상영종국제도시오션하임 85㎡ 또한 지난해 11월 최고가 대비 3억4000만원 떨어진 3억6000만원에 거래되다가 이달 15일 4억1500만원에 매매거래가 체결됐다.

중산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A씨는 1년이 되지 않는 새 수억원이 추락하는 원인에 대해 고금리 상황과 열악한 교통 여건을 꼽았다. A씨는 “작년에 부동산 가격 한참 오를 때 진입했던 사람들 중에 거품이 꺼지고 이자가 감당이 안 되니 급매로 팔고 나간 사례가 많다”면서 “e편한세상영종국제도시오션하임 매도자는 영종에서 과천으로 출퇴근했던 사람이다. 이자도 감당 안 되는데 출퇴근까지 어렵다고 4억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급하게 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은 그래도 급매물은 다 빠진 상황으로 호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과밀학급으로 문제를 겪고있는 영종하늘도시에 '하늘 1초' 신규 설립이 확정돼 운서동 '운서SK뷰'주민들이 이를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걸었다./배민주 기자


■서울 출퇴근 왕복 4시간…교통·학교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영종하늘도시에서 서울 직장으로 출퇴근하려면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 영종하늘도시에서 서울 중심으로 진입하려면 대중교통으로 약 2시간. 왕복 4시간은 각오해야 한다. 주거 중심지에서 공항철도가 다니는 영종역이나 운서역으로 이동하려면 대중교통을 타고 20분에서 30분 정도가 걸린다. 버스가 있긴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긴 데다 다니는 통행량도 많지 않아 사실상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크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경우도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영종대교 상부도로 통행료는 6600원, 하부도로는 1900원이다. 주5일 자가용으로 통근을 한다고 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통행료다. 영종도 주민이면 오는 10월부터 통행료가 면제되지만, 가구당 차량 1대, 왕복 1회로 제한하고 있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밀학급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영종 인구 수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학업 환경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3년간 7000가구가 넘는 규모가 공급되는데, 이를 감당할 만한 학교가 신설되지 않으면 교육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영종도 일대 가격 하락이 급격하게 발생했다”면서 “섬이라는 입지에 있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통이나 생활 인프라 등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종도=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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